‘반전의 반전’ 하루 남은 美대선, FBI도 클린턴 손 들었다

김형욱 기자I 2016.11.07 14:50:04

이메일 스캔들 수사 사실상 무혐의 종결
‘트럼프 리스크’ 떨던 증시 모처럼 ‘방긋’
브렉시트 때처럼?… ‘숨은표’ 변수 여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투표 직전 다시 한번 변수를 맞았다.

대선을 여드레 남기고 힐러리 클린턴(69)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에 착수했던 미 연방보안국(FBI)이 대선 이틀 전 사실상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에 힘입어 막판 맹추격하던 도널드 트럼프(70) 공화당 후보는 김이 샜다.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현지시간) 경합 지역인 플로리다 주 펨브로크파인스 유세 중 갑작스런 비에도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예상보다 빠른 FBI 무혐의 발표에 클린턴 ‘안도’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6일(현지시간) 미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 편지를 보내 클린턴 이메일 서버 재수사 결과 지난 7월 불기소 권고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결정을 뒤집을 새로운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다.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측근·비서 등과 공식 이메일이 아닌 개인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그중에 국가 기밀이 담긴 내용까지 포함됐고 이게 위키리크스를 통해 노출되기까지 했다.

클린턴은 올 7월 FBI의 불기소 결정 이후에도 줄곧 부주의를 사과해야 했다. 대중은 그때마다 측근 중심의 밀실 정치를 해 온 클린턴의 방식에 부정적인 인상을 받게 됐다.

더욱이 코미 국장이 지난달 28일 클린턴의 최측근인 후마 애버딘(40)의 전 남편의 다른 혐의를 조사하던 중 부부가 함께 쓰던 노트북에서 추가 이메일을 확보했다며 재수사를 발표하며 클린턴은 투표 직전 큰 위기를 맞았다.

때마침 직후(11월1일) 진행된 워싱턴포스트(WP)/ABC의 여론조사에선 트럼프가 46%로 힐러리(45%)를 1%포인트 격차로 제치기도 했다.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첫 역전이었다.

FBI는 애초 수사 내용과 기간에 대해 밝히지 않아 장기화가 전망됐으나 선거개입 논란 확산에 부담을 느껴 서둘러 조사를 마친 것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수사는 암시와 누설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코미 국장을 비판한 바 있다.

코미 국장은 “FBI 수사팀이 24시간 쉬지 않고 다량의 이메일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캠프 제니퍼 팔미에리 공보국장은 FBI의 발표 직후 “우리는 이 결과를 확신했다”며 “문제가 해결돼 기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6일(현지시간) 경합 지역인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유세를 위해 타고 온 비행기에서 내리며 주먹을 힘껏 쥐어올려보이고 있다. AFP
◇시장 안도 분위기… 트럼프 ‘숨은 표’ 변수 여전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감 있는 클린턴의 호재에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1980년 12월 이후 역대 최장인 8거래일 연속 하락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이날 선물 시장에서 1.2% 급등하며 2100선을 회복했다.

역시 트럼프 리스크로 하락하던 아시아 증시도 7일 일제히 반등했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0.79%,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61% 상승 마감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영국 금융사 바클레이즈는 이달 초 트럼프 당선 땐 S&P500 지수가 11~13% 급락하는 것을 비롯해 세계 증시가 평균 5% 하락하리라 전망했다.

영국 도박사이트 벳페어의 클린턴 당선 가능성은 지난 주말 70%에서 80%에 올랐다. 다른 도박사이트 프리딕트와이즈에서도 클린턴 당선 확률이 87%까지 상승했다.

트럼프의 막판 역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았다.

WP/ABC방송이 6일 집계한 설문조사에선 클린턴이 48%, 트럼프가 43%로 그 격차가 다시 벌어졌지만 여전히 오차범위(±2.5%)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선 그 격차가 0.5%까지 좁혀진 상태다.

여기에 트럼프 캠프의 주장하듯 경합 지역의 ‘숨은 표’가 돕는다면 역전극을 연출할 수 있다. 트럼프는 FBI의 발표 후 “클린턴이 왜곡된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며 맹공을 펼쳤다.

전문가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왔던 올 6월 브렉시트(유럽의 유럽연합(EU) 탈퇴) 영국 국민투표 결과를 상기하며 긴장하고 있다. CNN은 “FBI의 무혐의 발표에도 (클린턴의) 정치적 타격이 완전히 가시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현지 언론·여론조사기관의 미 대선 후보 지지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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