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55·사법연수원 27기) 검찰총장은 19일 대검찰청에서 진행된 제2회 형사법포럼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형사법 세계적 석학 울리히 지버 독일 막스플랑크 범죄·안전·법 연구소 명예소장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1911년 설립 이래 단일 기관으로, 가장 많은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연구기관이다. 이 총장은 지난 2004년 젊은 검사 시절 막스플랑크 국제형사법연구소에서 국외연수를 받았을 당시 지버 교수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강연에서 지버 교수는 “마약·무기·인신·인체 장기 국제 거래 등 세계화에 따른 다국적 범죄는 초국가적 형사법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형사 소추는 해당 국가 영토 내에서만 효력을 갖기 때문에 외국의 수색, 체포영장은 해당 국가에서 승인되지 않으면 타국 영토에서 집행할 수 없어 범죄자와 수사 당국 사이의 상당한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당국 간 국제 공조가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자에 대한 성공적 수사로 이어져도 사법공조 절차가 너무 오래 걸려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버 교수는 “국제경제범죄, 마약 등 초국가적 범죄의 수사·기소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국가기관들이 협력해야 한다”며 “초국가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법적 해결책이 개발돼야 할 것인데 유럽연합(EU) 전체에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럽검찰청(EPPO) 설립이 그 모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유럽검찰청은 EU에서 지난 2021년 6월 부패·경제·조세·자금세탁 등 초국가적범죄를 대응하기 위해 검사가 직접 수사해 기소하고 공소유지하도록 설립한 검찰청이다.
지버 교수는 “EU의 유럽 구속영장은 ‘직접 승인’ 원칙에 따라 특정 사건에서 외국 구속영장에 대한 심사를 생략해 다른 EU 회원국에서 구속영장을 인정하는 절차를 상당히 단축시킨다”며 “초국가적 형법 모델은 안전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사법공조라는 전통 협력 모델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다국적 형법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화에 따른 형법의 근본적인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버 교수는 “디지털화의 발전은 컴퓨터 시스템의 무결성에 대한 범죄, 인격권 침해, 불법 콘텐츠와 가짜뉴스, 인공지능의 특수 효과라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를 야기하고 있다”며 “불법 콘텐츠·가짜뉴스 등에 대한 적극적 감독조치, 기존 형법 외의 추가적인 법체계 도입 등 새로운 대응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통적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넘어 현대 형사정책의 대안적 수단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버 교수는 “국제 테러리즘 등이 시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므로 그 예방·보안이 형사정책의 핵심”이라며 “형사법적으로는 유죄 선고 없어도 범죄와 관련한 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와 예비죄 확장하는 방식, 비형사법적으로는 불법 콘텐츠 삭제 등 행정제재 조치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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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상 조선대 교수는 “초국가적인 사이버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독일 등이 시행하는 원격지 서버의 디지털 정보 수집 절차인 온라인 수색이나 암호통신감청과 같은 강제수사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은 법무연수원 교수는 “독일은 대상물의 불법성만 확인되면 독자적 몰수가 가능하다는 독립몰수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위험사회에 실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