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농업부는 곡물과 과일, 채소 등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슬로바키아를 경유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을 제3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슬로바키아 시장에 흘러갈 수 없도록 밀봉 처리를 해야 한다.
EU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유입을 차단한 건 슬로바키아가 세 번째다. 지난 주말 폴란드와 헝가리도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자국을 거쳐 다른 나라로 수출되는 것까지 금지했다. EU 관계자를 인용해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이들 국가가 우크라이나 농산물에 빗장을 거는 건 자국 농산물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러시아가 유럽의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EU는 식량 공급망과 우크라이나 농가 보호 차원에서 올 6월까지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역내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후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동유럽으로 유입됐다. 여기에 풍작까지 겹치면서 해당 지역 곡물 가격은 전년 대비 반토막 나고 재고 처리도 어려운 지경에 몰렸다.
하지만 EU는 식량 안보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흑해를 장악한 러시아는 자국산 농산물·비료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농산물의 해상 수송을 막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작년 2월 개전 이후 러시아가 곡물 수출길인 흑해 항구를 봉쇄하자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통과하는 대체 육로 수송로를 이용해 수출을 이어온 만큼, EU는 육로 수송이 지속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의 16%가 폴란드와 헝가리 두 나라를 거쳐 이뤄진다. EU는 이번 조치로 EU의 대러 단일 대오가 흩어지고 우크라이나가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EU는 동유럽 국가를 설득하기 위해 오는 19일 대표단을 폴란드·헝가리에 파견할 예정이다. 기존에 약속했던 5630만유로(약 809억원)보다 더 많은 농업 보조금을 동유럽 국가에 지원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런가 하면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EU가 오는 20일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농산물에 대한 무관세 조치를 1년 더 연장할 것이라고 FT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