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부·울·경(PK)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목청껏 연호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선거 초부터 후보들 간 과열 양상을 띄었는데 지지자들 간 신경전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장내는 합동연설회 시작 한 시간여 전부터 당원들과 참관인, 선관위원 등이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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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울산에서 광역자치단체장과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현 후보는 지지자 수백 명이 집결해 이곳이 자신의 ‘텃밭’임을 부각했다. 이들은 사물놀이패 차림으로 꽹과리와 장구, 호루라기 등 각종 응원 도구를 동원하며 세를 과시했다. 또 ‘당대표 김기현’이라고 적힌 빨간색 조끼를 입은 채 일렬로 줄을 서 행사장 입장을 기다렸다. 울산 울주군 당원협의회에서 왔다는 50대의 한 여성 당원은 “김 후보는 울산시장 때부터 남다른 행정력을 인정받아온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질세라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도 행사장 곳곳에 ‘과거 NO 미래 OK 안철수’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며 응원전에 나섰다. 김 후보 지지자들이 사물놀이로 흥을 돋웠다면 안 후보 지지자들은 난타 공연으로 맞불을 놨다.
또다른 측에서는 황교안 후보 지지자들이 ‘정통 보수정당 재건’, ‘자유민주 정권창출’ 등이 적힌 현수막을 바닥에 깔아놓았다. 70대의 한 남성 당원은 “4·15 총선 부정선거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유일한 후보”라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친이준석계 천하람 후보 지지자들은 유세차를 활용했다. 차량 홍보 영상에서는 ‘승무원’ 출신 허은아 의원이 기내 안내 방송 형식으로 당의 개혁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40대의 한 남성 당원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 공정과 정의를 기대했는데 과거의 구태스러운 모습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전당대회에 개혁 성향의 후보들이 당선되어야 당의 체질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합동연설회 시작 전에는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는 ‘비표’ 문제를 놓고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준석계 인사는 “일반 책임당원은 비표를 받아야 행사장 입장이 가능한데, 부산 당협으로부터 사전 연락이나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비표를 편파적으로 나눠준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문제로 이준석 전 대표가 합동연설회 행사장에 직접 올라와 담당자에게 항의를 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