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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가전제품 총 매출액은 약 28조235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은 29조3749억원이었는데 이보다 3.8%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가전제품 매출액이 감소세로 전환한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2020년 1월~11월 매출은 26조8510억원으로 2019년 동기 대비 17.1% 상승했고 지난해에도 전년 동기보다 9.3% 늘었다.
대표적인 가전제품으로 꼽히는 TV만 해도 올해 글로벌 출하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2억200만대의 TV가 출하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지난해 출하량 2억1000만대보다 3.8% 감소한 규모다.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가전시장 수요가 뚝 끊긴 데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일상이 회복되면서 펜트업 효과(억눌린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같은 코로나19 특수도 올해에는 사라진 데 따른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전 수요가 충족이 된 상황인데 경기가 나빠져 소비가 얼어붙었다”며 “앞으로는 가전제품의 재고가 누적되는 국면이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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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업체로선 가득 쌓인 재고도 부담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생활가전사업부가 포함된 DX(디바이스경험)부문이 지난 3분기말 기준으로 27조974억원의 재고자산을 기록했다. 지난해말 22조3784억원 대비 21% 증가했다. LG전자는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경우 지난해말 1조7155억원에서 올해 3분기 2조1802억원으로 27% 뛰었다.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 같은 기간 2% 늘었다.
재고를 제때 털어내지 못하면 제품의 상품성이 떨어져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진다. 판매촉진을 위해 추가비용이 투입될 가능성도 생긴다. 이는 가전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재고를 소진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내년 내내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 경기가 살아나려면 금리를 낮추고 경기 부양책이 동반돼야 하는데 단기 내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이번 불황은 L자형 불황(천천히 오래 지속되는 장기불황)의 양상을 띤다”며 “내년말까지 소비심리가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