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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결합을 제한하는 제도로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이 일반화된 최근 상황에서 은행의 비금융산업 진출에 장벽이 되고 있다. 당국은 산업자본의 금융 진출(삼성은행 출현)은 배제한 채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나 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앰’과 같은 금융의 비금융 진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금산분리를 손질할 예정이다.
규제 혁신을 위한 전문가 의견 수렴 창구인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하는 한 전문가는 “원래 법 체계가 원칙적으로는 풀어주고 그 틀에서 (규제를) 하자는 네거티브로 가야 한다”며 “비금융이 금융으로 다 들어왔는데 금융은 비금융으로 못 나가니까 균형이 깨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산분리 법 체계는 은행이 소유할 수 있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제한하고 ‘금융위가 정하는 업종’만 예외적으로 초과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영업행위에서도 부수업무 역시 고유업무 연관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파지티브 규정 형식이다.
금산분리 제도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당국 주무부서도 규제완화 효과가 큰 네거티브 전환을 선호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파지티브 전환으로 논의를 시작하면 논의 과정에서 이견에 노출돼 결과적으로 제도개선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지티브 전환 방식은 현재처럼 허용되는 금융의 부수업무와 자회사 출자 예외 조항인 ‘금융위가 정하는 업종’을 일일이 추가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업종을 추가할 때마다 규정 개정과 유권해석 등 별도조치가 필요해 이 과정에서 허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질 수 있다.
변수는 금융시장 불안이다. 네거티브 전환은 본업 관련성이 낮은 비금융업 영위에 따른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관리 부담이 증가하거나 새로운 리스크가 금융부문에 전이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금융당국 내에서는 최근 단기자금 시장 불안 등 불안정한 요소가 해소되지 않은 금융시장 상황에 주목해 “금산분리까지 네거티브로 해서 더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자금시장은 지난달 23일 정부의 ‘50조+α’ 시장 안정화대책으로 우량채 중심으로 온기가 조금씩 돌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물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달 21일 5.736%에서 전날 5.468%까지 떨어져 차츰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기업의 대표적인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 금리는 전날 5.52%까지 치솟아 고점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지난 9월21일(3.13%) 이후 47거래일째 상승세다.
다만,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으면 당국의 규제 완화 드라이브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규제혁신회의 참석자이기도 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신 무디스 관계자를 만나 “내년 유동성이 개선되면 국내 금융사 경쟁력 제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권은 비금융 진출 효과가 큰 네거티브 전환을 바란다”며 “내년 초 금융시장 불안 해소 여부와 이후 본격화될 경기침체에 따른 부실 표면화 문제가 당국의 금산분리 입장 정리에도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