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물가안정이 제1목표인 한국은행에서조차 이례적으로 낮은 물가를 걱정하는 상황에 처했다. 디플레이션은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수요가 줄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태다. 한번 발을 들이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렵다. 이러면서 우리나라가 20년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
◇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 저(低)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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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물가에 영향이 큰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의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5.1%와 2.3% 하락했다. 여기에 무상보육이 확대되며 가계부담이 재정지출로 전환한 것도 물가를 떨어트렸고, 경기가 식자 소비나 투자가 침체하며 수요가 부진한 상황도 영향을 줬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원자재나 농산물 같은 공급측 요인 외에도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압력이 둔화한 것도 물가를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 `경기둔화→소비·투자 위축→물가하락` 악순환 빠지나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자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에 부동산과 주식을 포함한 자산가격이 폭락하면서 부채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20년째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우리도 가계부채와 집값 하락에 눌린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있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투자도 위축되는 상황이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경제주체의 심리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나온 경기지표도 이런 걱정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광공업 생산이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전월(-0.7%)에 이어 0.2%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2%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눈에 띄는 개선 흐름은 보이지 못했다.
선진국이 푼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에 사실상 돌입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고, 중국의 경기 부진과 일본의 `아베노믹스` 효과가 맞물리면서 수출시장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경기가 기대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 일본식 디플레 진입은 `글쎄`
현재 정부나 전문가들은 우리가 일본식 디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나 한은은 최근 물가하락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둔화보다 공급(원자재나 농산물 가격하락)과 무상보육 같은 정책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본식 디플레와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하반기에는 세계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이고, 정부가 내수부양에 나선만큼 물가가 상반기보다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나 해외 투자은행(IB)도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박세령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경제가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고, 상반기 물가가 낮은 데는 정책효과가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물가가 지금보다는 오를 것”이라면서 “일본과 경제규모와 처한 환경이 달라 일본식 디플레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하반기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론적으로 보면 일본식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하면 소비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기업도 비용을 가격에 전가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의 한 금통위원도 “저물가가 고착하지 않도록 자세히 점검하고, 경제주체의 심리변화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기대함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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