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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금센터가 발간한 ‘미국 초과저축 소진 평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지출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소비 제약 등으로 2020~2021년 막대한 초과저축이 약 2조1000억달러~2조6000억달러로 누적돼 있었다. 가처분 소득 대비 저축률도 2020년 4월 34%까지 급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초과저축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이 이미 고갈됐거나 고갈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월 연준 직원들은 미국의 초과저축이 올 1분기 이미 고갈된 것으로 추정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올 3분기 전면 고갈 가능성을 제기했다. 잔여 초과저축액이 190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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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국금센터 부전문위원은 초과저축 추정이 기관별로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초과저축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나 이론이 없어 추세 저축률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초과저축 규모와 소진 시점이 결정된다”며 “다수 기관들도 초과저축에 대한 추정은 자의적이며 정확한 예측에는 상당한 불확실성과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과저축이 소진됐다고 하더라도 가계 실질 소득 증가, 건전한 대차대조표 등으로 단기간 내 소비가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올 1분기 가계 순자산은 149조달러로 2019년 4분기 대비 27% 이상 증가했다.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산이 각각 20~30%대 늘어났다. 아직 고물가 상황임에도 7월 가계 실질가처분소득은 전년동기대비 3.8% 증가해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초과저축이 소진되면 초과저축의 소비 지지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박 부전문위원은 “가계 대출 연체율 상승과 저축률 하락 등이 초과저축의 상당한 감소를 시사하는 가운데 잔여분이 남아있더라도 이전 만큼 소비 동력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 상승, 하계휴가 등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면서 항공, 숙박 등 서비스 부문의 지출도 줄고 학자금 대출 상환이 올 4분기에 집중될 예정이라 가계의 현금 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월 이후 학자금 대출 상환은 월 평균 400달러씩 이뤄질 예정이다. 이럴 경우 미 소비자 지출은 월간 90억달러, 연간 1000억달러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게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이다. 이는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0.1%포인트, 0.3%포인트를 둔화시키는 요인이다.
박 부전문위원은 “그간 고강도 통화긴축의 소비 위축 효과를 감소시켜왔던 초과저축의 소진으로 통화긴축 시차가 뒤늦게 발현되며 경기 둔화 효과를 확대시킬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