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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자에 유전자 변형 돼지신장 이식…77시간 동안 정상 기능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이미 로크 박사가 이끄는 앨라배마대 의료진은 지난해 9월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신장을 뇌사자의 체내에 이식하는 수술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이식 대상자는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남성 짐 파슨스(57)로 신체에서 신장을 제거하고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을 이식했다. 수술은 파슨스가 뇌사 판정을 받은 지 나흘 뒤인 작년 9월30일에 진행됐다.
인체에 이식된 돼지 신장은 수술 후 약 23분 만에 기능하며 소변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이후 77시간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식 과정에서 신장 두 개 중 한 개가 손상되면서 이쪽의 기능이 다소 약해졌지만 두 개 모두 인체 거부반응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식 전 환자의 원래 신장은 모두 제거했다.
또 수술을 받은 뇌사자가 돼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은 물론 혈액에서 돼지 세포가 검출되지도 않았다.
다만, 3일차에 이식 대상자의 몸에서 혈액 응고 장애로 과다 출혈이 발생하면서 이식한 신장을 제거했으며, 환자는 사망했다.
연구진은 이식 수술에 들어가기 전 자체 개발한 조직 적합성 반응 검사를 실시해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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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어 신장 이식도…장기이식 대기자들에 ‘희망’
이달 7일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인체에 이식하는 수술이 미국에서 최초 성공한 데 이어 돼지 신장 이식도 이뤄지면서 이식 대기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뉴욕대 랭곤헬스 의료진이 돼지의 신장을 ‘체외’에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10만명 이상이었지만, 장기이식 수술 건수는 4만1000여건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기자 중 수천명은 매년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장 이식 대기자 중 하루 10명 이상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번 수술을 이끈 로크 박사는 “우리의 목표는 한번의 성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돕기 위해 이 분야를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우리가 현재 세운 계획대로 순탄하게 흘러간다면 5년 안에 돼지 신장을 환자들에게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수술에서 신장을 이식받은 파슨스는 생전에 장기기증자로 등록했다. 다만, 기증하기에는 장기의 상태가 적합하지 않았고, 유족과 상의해 이번 수술을 시행했다. 유족들은 파슨스가 남을 돕기 좋아하는 사교적인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파슨스의 여동생인 에이미 파슨스 본은 “그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돼지의 심장과 신장을 인체에 이식하는 수술에는 모두 유나이티드세라퓨틱스의 자회사인 리비비코어에서 만든 유전자 조작 돼지가 사용됐다. 이 회사 연구진은 인체 면역체계의 공격을 유발하거나 동물의 장기를 과도하게 커지게 하는 일부 유전자를 제거하는 등 10가지 유전자 변형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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