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드가 가전 30여대 지휘하며 관람객 맞아 씽큐 클로, 일정·취향 기억해 필요한 작업 제안 AI홈 이어 ‘핏 앤 맥스’로 빌트인 사업 확대 부스 46%는 B2B 상담공간…사업화에도 무게
[베를린=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나 이제 들어가.”
집 밖에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자 인공지능(AI)이 현재 위치와 집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다. 잠시 뒤 “50분 후 집에 들어오실 때 쾌적하도록 에어컨을 평소 좋아하는 26도로 켜고 공기청정기도 미리 가동할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용자가 동의하자 집 안의 가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기마다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AI가 대화의 맥락을 읽고 필요한 일을 먼저 찾아낸 것이다.
LG전자의 홈로봇 ‘LG 클로이드’가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의 IFA 2026 전시관 입구에서 TV와 생활가전, 공조제품으로 구성된 ‘AI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 마련된 LG전자(066570)의 ‘IFA 2026’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 웅장한 오케스트라 무대가 관람객을 맞았다. 무대 중심에는 홈로봇 ‘LG 클로이드’가 지휘자처럼 서 있었고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30여대의 제품이 반원 형태로 둘러섰다.
지난해 생활가전 중심으로 구성했던 ‘AI 오케스트라’와 달리 올해는 올레드 TV와 스탠바이미, 노트북, 공조제품까지 악단에 합류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전제품이 아니라 휴머노이드형 로봇이 가장 먼저 등장한 장면부터 올해 IFA에서 한층 강해진 AI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개별 제품의 성능을 강조하던 가전 전시가 로봇과 AI가 여러 제품을 조율하는 공간 전시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백선필 LG전자 MS사업본부 디스플레이CX담당 상무가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 사전 부스 투어에서 ‘LG 마이크로 RGB 에보 AI’의 화질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명령 기다리던 AI, 먼저 제안하는 ‘집사’로
전시장 안쪽 AI홈 존에서는 클로이드보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집 안 곳곳을 움직이는 또 다른 AI가 공개됐다. AI홈 허브 ‘LG 씽큐 온’에 탑재되는 실행형 AI 에이전트 ‘씽큐 클로’다. 기존 AI가 질문에 답하거나 정해진 명령을 수행했다면 씽큐 클로는 이용자의 일정과 취향, 생활 패턴을 기억해 필요한 작업을 먼저 제안한다. 이용자의 승인을 받으면 실제 가전과 외부 서비스까지 연결해 작업을 수행한다.
LG전자가 IFA 2026 전시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존에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액자처럼 배치해 미디어 갤러리를 구현했다. (사진=송재민 기자)
집 안에서 씽큐 온을 향해 말해야 했던 기존 음성 제어와 달리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익숙한 메신저를 통해 밖에서도 AI홈과 대화할 수 있다. 구글 캘린더에 나흘간의 베트남 가족여행을 등록하면 출발 일정을 파악해 가전 절전과 자동화 중단을 먼저 제안한다. 이용자가 허락하면 조명과 TV를 끄고 밤에는 빈집 보호 모드를 실행한다.
식료품 구매 영수증이나 음식 사진을 채팅창에 올리면 가족의 알레르기 정보를 고려해 주의사항과 조리법을 알려준다. 자녀가 땅콩이나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앞선 대화에서 알려줬다면 방학 일정에 맞춰 해당 재료를 제외한 식단도 제안한다. 복잡한 명령어나 자동화 조건을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사전 이용자 평가에서는 ‘쉬운 AI’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는 설명이다.
LG전자가 IFA 2026에서 공개한 유럽 시장용 ‘핏 앤 맥스’ 세탁가전 라인업. 유럽 표준 가구 깊이에 맞추면서 세탁·건조 용량과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사진=송재민 기자)
AI홈의 작동 장면은 실제 집처럼 구성한 공간을 따라 이어졌다. 거실에서는 TV와 공기청정기 등의 상태를 종합해 알려주고 교체 시점이 다가온 필터를 먼저 감지했다. 주방에서는 냉장고 속 식재료와 가족 일정을 토대로 메뉴를 추천하고 조리 정보를 인덕션과 오븐에 전달했다. 침실에서는 수면 환경에 맞춰 에어컨과 조명을 조절하고, 욕실에서는 샤워가 끝난 뒤 환기와 제습을 가동했다. 이용자가 일일이 챙기지 않던 ‘보이지 않는 집안일’을 AI가 대신 맡는 모습이다.
AI홈에서 빌트인·B2B로 이어지는 사업 전략
LG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AI를 개별 가전의 기능에 가두지 않고 공간과 사업 솔루션으로 확장했다. 3745㎡ 규모 전시관에 핵심 제품 150여개를 배치하되 제품별 진열보다 거실과 주방, 욕실, 드레스룸 등 실제 생활공간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유럽 시장을 겨냥한 빌트인 스타일 가전 ‘핏 앤 맥스’도 냉장고에서 세탁기와 건조기, 식기세척기로 확대했다. 냉장고는 가구장과 4㎜ 간격으로 밀착해 설치해도 문을 최대 110도까지 열 수 있도록 했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유럽 표준 가구 깊이인 600㎜를 유지하면서 내부 용량을 키웠다. 여러 제품을 동일 브랜드로 구성하는 빌트인 특성을 활용해 고객을 LG AI홈 생태계 안에 묶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가 IFA 2026 전시관에 실제 생활환경처럼 조성한 AI홈 존의 침실·욕실 공간. AI홈 허브 ‘씽큐 온’이 이용자의 일정과 생활 패턴에 맞춰 에어컨과 조명, 가전 등을 통합 관리한다. (사진=송재민 기자)
LG전자가 2024년 인수한 앳홈의 스마트홈 플랫폼 ‘호미’는 가전과 조명, 센서 등 5만개 이상의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연결한다. 이를 HVAC와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연동해 집 전체의 에너지 흐름을 관리하는 솔루션으로 확장했다. ‘LG 씽큐 프로’를 활용하면 건설사나 관리업체가 각 가구를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 작동 현황과 에너지 사용량, 고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전시면적의 약 46%를 현지 유통업체와 기업간거래(B2B) 고객을 위한 상담공간으로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집사의 편리함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빌트인 패키지와 주택·상업용 관리 솔루션 수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의 홈로봇 ‘LG 클로이드’가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의 IFA 2026 전시관 입구에서 TV와 생활가전, 공조제품으로 구성된 ‘AI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씽큐 클로는 이르면 이달 국내에서 베타테스트를 시작해 2027년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으로 적용 지역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비용에 민감한 유럽에서는 장기 부재 시 가전 절전과 에너지 낭비 감지 기능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범준 LG전자 HS사업본부 AI홈솔루션사업개발담당 상무는 “공간과 상황에 맞는 맞춤형 AI를 발전시켜 고객의 일상을 이해하고 함께 움직이는 AI홈 서비스를 다양하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