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쟁이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이스라엘은 아랑곳 않고 지상군 침공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헤즈볼라 역시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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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확전 안돼”불구…이스라엘 “지상전도 불사”
23일(현지시간)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대니얼 하가리 대변인은 이날 지상을 통한 레바논 침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스라엘 북부 안보를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존과 같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대응을 넘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선제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발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더 큰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며 확전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뒤에 나온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사실상 미국을 무시한 처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확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이스라엘 및 헤즈볼라의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헤즈볼라가 상상하지 못했던 연쇄 타격을 입었다. 헤즈볼라가 아직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장담하건대 알게 될 것”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방문을 계획 중인 그는 출국 날짜도 24일에서 27일로 미뤘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 참모총장 등도 “헤즈볼라가 치를 대가는 더 커지고 있으며 우리의 공격은 더 심화할 것”이라며 “공격은 북부 주민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디아스포라(타국에서 살아가는 민족공동체) 장관인 아미차이 치클리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레바논은 국기가 있고 정부도 존재하지만 국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레바논은 국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처럼 레바논에도 완충 지대를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이브라힘 아킬 등 최고위급 군사령관을 포함해 16명의 대원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군사령관들의 장례식에 참여한 나임 카셈 헤즈볼라 부지도자는 “우리는 ‘심판을 위한 무제한 전투’라는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며 보복을 맹세했다.
◇총격전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로켓·드론 주고받아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시작한 이후 헤즈볼라와도 북부 국경지역에서 교전을 지속해 왔다. 헤즈볼라가 같은 친이란 세력인 하마스를 지원하며 싸움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처음엔 단순한 위협 또는 견제 목적의 간헐적·국지적 총격전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 동안 갈등이 극적으로 고조됐다. 지난 17~18일 레바논에서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워키토키)가 이틀 연속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것이 단초가 됐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지난 19일 로켓 140발을 동원해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다.
이를 계기로 양측 간 공방이 심화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공격하거나 그러한 조짐이 보일 때마다 반격 또는 선제공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주말에도 수백발의 로켓과 미사일, 드론 공격을 주고받았다. 헤즈볼라가 민간인 거주지에도 공격을 가하면서 이스라엘은 전투기까지 동원해 군사 목표물 400여곳을 타격했다.
이날도 헤즈볼라가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약 6시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약 150발의 순항미사일과 로켓·드론 공격을 단행했다. 이스라엘군 역시 레바논 내 헤즈볼라 기지 등 150개의 표적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헤즈볼라가 활동하는 지역의 민간인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공습이 있을 것이라며 “해당 지역을 떠나라”고도 했다.
양측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중동 내 다른 친이란 세력까지 전쟁에 가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인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은 이날 팔레스타인 영토 내 이스라엘군의 관측 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 중동 전역에서 이스라엘과 친이란 세력들 간 전쟁으로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CNN은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감행한 공습 중 지리적 범위가 가장 넓은 것으로 보인다”며 “확실한 건 몇 달 전과 달리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에는 새로운 비공식 교전 규칙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가자전쟁의 휴전 협상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의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에 암살당한 이후 소강 상태다. 하니예의 후임인 야히야 신와르는 오랜 기간 조직원들과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망설까지 나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