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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조지아주, 트럼프 부정청탁 조사 나서나…상원선거 최대 관건

방성훈 기자I 2021.01.05 13:27:45

‘대선 뒤집기 압박’ 요구한 트럼프 전화통화 후폭풍
조지아 선관위원, 트럼프와 통화한 州국무장관에 서한
민·형사 조사 요구…“부정청탁 의혹 못본척 못해”
州검찰 "누구든 법위반시 책임…두려움도 특혜도 없어"
트럼프 향한 비난 봇물…“수사·탄핵받을만한 범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조지아주(州) 사법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브래드 라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촉구한 이른바 ‘대선 뒤집기 압박’ 전화통화와 관련,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CNN방송 및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회의 데이비드 월리 위원은 이날 라펜스퍼거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을 방법을 “찾아내라”고 전화통화로 압력을 넣은 것과 관련해 민사상 형사상 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월리 위원은 서한에서 해당 전화통화가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주 선거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정선거를 부추기는 것은 범죄이며, 개표 결과를 바꾸라고 국무장관에게 요청하는 것은 부정 선거의 교과서적인 정의”라고 꼬집은 뒤 “모든 지역과 언론사에서 크게 다뤄지는 이번 사건을 못 본 척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테드 류, 캐슬린 라이스 하원의원도 이날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두 의원은 “의원이자 전직 검사로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선거 범죄 음모를 꾸미고 청탁에 연루됐다고 본다”며 “형사 조사를 즉각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는 WP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토요일(2일) 라펜스퍼거 장관과의 약 1시간 가량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한데 따른 조처다.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라펜스퍼거 장관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을) 1만 1780표를 찾아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되는 라펜스퍼거 장관의 거부에 설득과 회유를 하면서도, 형사처벌까지 거론하며 그를 협박하기도 했다.

통화 내용이 공개된 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범죄 수사를 받을 만하다”고 했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탄핵받을만한 범죄”라고 했다.

통화 당사자인 라펜스퍼거 장관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를 강요했다고 토로했다. 공하당 소속인 그는 당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선거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통화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참모들에게 밀어붙이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나 공화당 소속인 제프 던컨 조지아주 부주지사도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가 부적절한 것은 물론 5일 치러지는 조지아주 연방상원 결선투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실망했다. 조지아 내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기기 위한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WSJ이 가브리엘 스털링 조지아주 선거관리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대선 캠프가 18세 미만의 불법 유권자가 6만 6000명 이상이고, 2560명의 중범죄자가 불법 투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 모두 명백한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지방검사 패니 윌리스는 성명을 내고 “카운티 유권자들에게 약속한바와 같이 지방검사로서 두려움이나 특혜 없이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풀턴 카운티는 조지아주에서 가장 큰 카운티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조작의 핵심 지역이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윌리스 검사는 “관할구역에서 조지아주 법을 위반한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주 국무부) 조사가 끝나면 이 문제는 사실과 법에 근거해 우리 사무실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자로 기소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CNN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개표에 직접 개입해 자신에 유리하게 표 계산을 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 것은 법 위반이라며, 그가 형사범으로 기소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아주 법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1급 범죄자로 기소될 경우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 전례가 없고,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법적 보호 수단을 총동원할 수 있는 만큼 실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는 불문명하다고 CNN은 설명했다.

미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소 거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셀프 사면’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셀프 사면이 통하지 않을 경우엔 일시적으로 대통령직을 내놓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토록 한 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사면할 수도 있다. 다만 이같은 조치가 연방범죄에 국한되는 만큼, 주 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비리 등을 조사해 기소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탄핵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주밖에 남지 않아 현실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공화당은 선거 결과를 더욱 존중해야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흘러나온다. 그게 우리의 민주주의다. 미 정치인의 권력은 오직 미국 국민만이 부여할 수 있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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