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박근혜 정부가 3일 경제장관회의를 거쳐 부동산대책 후속조치를 내놨다. 정부의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확대가 골자다. 정부가 저리로 주택 구입자금을 빌려줄 테니 집을 살 형편이 되는 수요자라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줄곧 유지했던 거래 활성화 기조가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10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정부가 가계 부실을 더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현 정부의 핵심 주택 정책인 ‘행복주택’과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I’(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은 나온 지 1년도 안돼 대폭 손질된다. 정부 스스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수정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도태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날 “이번 후속조치는 그동안 성과가 큰 과제는 확대 시행하고 일부 부진한 과제는 보완 방안을 마련해 기존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가 성과가 크다고 인정한 대책은 연 1~2%의 파격 금리로 주택 구입자금을 빌려주는 손익·수익 공유형 모기지 상품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시범사업 때 이 상품이 흥행에 성공한 만큼 이번에는 2조원 규모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만5000명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는 행복주택 물량도 기존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줄이고 개발 콘셉트도 대폭 수정하기로 했다. 이는 애초 공언과 달리 철도부지 등 국·공유지만 활용해서는 20만가구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번 후속조치를 통해 국·공유지 외에도 행복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 범위를 크게 늘렸다. 뉴타운 해제지역은 물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유한 주택 용지도 활용할 방침이다. 대신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곳만 행복주택 부지로 선별하기로 했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실상 기존 국민임대주택 등과의 차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행복주택 개발 콘셉트도 상당 부분 바뀌게 됐다. 정책을 선보일 당시만 해도 사업지에 임대주택뿐 아니라 업무·상업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함께 넣는 ‘복합개발 방식’으로 조성할 방침이었다. 기존 임대주택 단점으로 지목된 ‘저소득층 주거지역’이라는 낙인효과를 없애고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조치였다.
정부는 앞으로 뉴타운 해제지역 등에서 빈집이나 노후주택을 사들여 행복주택을 짓는 식으로 공급 물량을 충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국·공유지에 행복주택을 짓는다는 당초 취지와는 다른 것이어서 ‘공약 후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렌트푸어(전·월셋값 상승으로 고통받는 세입자)를 위해 도입된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I도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9월 도입된 이 제도는 지금까지 지원 실적이 2건에 불과하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렇다 할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뒤늦게 계획 변경이라니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이제라도 공약 검토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