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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박기주 기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안을 둘러싼 검·경 간 신경전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전직 수장을 상대로 한 수사에 이어 본질과 관련이 없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 공개로 조직 망신주기에 나선 모습이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정보경찰을 활용한 불법 사찰·선거 개입 혐의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구속한 검찰은 이번에는 현직 수뇌부를 겨냥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 장본인 유상봉씨가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지난 2010년 함바집 운영권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제공, 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된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당사자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강 전 청장은 유씨에게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6월을 선고 받았다.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과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 등도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유씨는 원 서울청장이 지난 2009년 서울 강동서장으로 재직할 당시 뇌물을 건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원 서울청장은 입장문을 내고 “금품수수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유씨에 대해 무고죄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 내부에선 검찰의 망신주기 의도가 배경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수장들의 구속영장 청구와 버닝썬 사건 수사 결과 발표 날 서울청 등 압수수색에 이어 경찰 흡집내기 연장선상 차원 아니냐는 판단이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진정이 있었다 하고 법에 따라 수사를 할 일”이라면서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데 대해 수사 공개 원칙에 비춰봤을 때 적절했는지는 살펴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버닝썬 의혹이 불거진 뒤 민갑룡 경찰청장이 경찰총장 윤모 총경과 만남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본질과는 관련 없는 개인적 사안”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민 청장은 전날 한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이런 의혹에 대해 “수사과정을 통해 확보된 자료들, 그것도 수사사항과 직접 관련 없는 것들이 공론화 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나 인권 문제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수사의 금도가 잘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군다나 윤 총경이 민 청장과 청와대 비서관들의 저녁 자리를 주선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청와대 행정관에게 보낸 사실관계도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팀에서 경찰총장을 윤 총경으로 확인한 것은 지난 3월15일로 당일 출석해 조사했다”며 “해당 약속은 3월15일 이전에 한 것이나 시기상 부적절해 취소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윤 총경과 해당 청와대 행정관이 사적으로 주고받은 대화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 청장과 비서관들의 저녁 모임 주선에 대해 어떤 대화도 나눈 게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두 사람이 사적으로 주고 받은 문자 대화가 왜 이 시점에 어떤 경로로 언론에 유출됐는지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이 후배 검사 비위를 알고도 별다른 징계를 하지 않은 혐의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고위 간부 4명을 입건한 일을 두고도 뒷말이 많았다. 직무유기 혐의로 이들을 고발한 임은정 충주지청 부장검사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입건 사실부터 발표한 것은 검찰 망신주기 의도가 깔린 것이란 얘기다. 특히 고발장 접수 26일 만에 전직 경찰청장들의 구속영장 심사 날이어서 의구심을 키웠다.
경찰은 법적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민 청장은 “법적 절차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헌법 절차에 기초해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소환조사 등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들을 대상으로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 절차 집행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