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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원인 규명 못해…내사 종결”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30일 “장시간 화재로 인한 현장 훼손으로 과학적 검증 가능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며 “내사를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사람에 의한 실화 가능성도 확인할 수 없었다”며 “화재 당시 외부인 침입 흔적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앞서 경찰은 화재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와 소방당국, 한전,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 함께 화재 현장을 감식·조사해왔다. 이들은 3차례의 현장조사와 2차례의 합동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원인을 밝히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발화 지점으로 추정됐던 통신구 출입구와 중간 맨홀 주변에서조차 인화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과수도 “맨홀 지점 주변 등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불에 너무 타 구체적인 발화지점과 원인을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KT 아현지사 화재와 관련해 관련자 25명을 조사했으나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최초 신고자를 포함해 KT 근무자·소방시설관리자·전기안전관리자 등을 소환해 조사했으나,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방 시설 미흡·소방 관리 제외…경찰 “KT에 시설 보완 요구 예정”
다만 통신구(화재현장)에 폐쇄회로(CC)TV와 스프링클러 등이 설치돼지 않아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KT 통신구에 CCTV가 설치돼 있었으면 발화지점을 제대로 특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다면 화재가 번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시설 보완을 KT에 요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KT 아현지사는 특별소방점검대상도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소방점검대상 건물은 정기적으로 소방 시설 확인 등 소방 당국의 점검을 받아야 하지만 KT 아현지사는 이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KT 아현지사 지하의 통신구는 길이가 112m로 점검 대상 기준(500m 이상)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KT의 부실 관리도 추가로 드러났다. KT 아현지사는 소방 관리법상 C등급 시설로 관리 받아야 하지만, 화재 이전까지 D등급 시설로 분류돼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C등급은 D등급과 달리 소방 관청의 관리를 받게 된다.
2015년 KT 아현지사가 원효지사와 합병하면서 D등급 시설에서 C등급 시설 대상으로 격상됐지만, 이를 KT가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화재 발생 이후 지난해 12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시정명령으로 아현지사는 C등급 시설로 상향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책임자의 관리 부실에 대해 이 주 내에 KT 측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통신구 내 스프링클러 설치 등 재난 대비시설 보완 및 CCTV설치 등 시설보안 강화할 것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당시 KT화재로 서울 중구·마포·서대문구로 통하는 유무선 케이블 16만 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 묶음에 불이 붙으면서, KT추산 489억원의 피해가 났다. 서울 서부지역 일대의 통신과 금융이 일시에 마비되는 ‘통신대란’도 당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