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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이날 평상시보다 3~5배 많은 거래량을 소화하고 있다. 자동이체 등 예약이 등록된 거래(센터컷) 건수는 5대 은행 합산 1억 2000만건에 달한다. 거래가 몰리는 12월 말과 비교해서도 거래량이 5배 가량, 거래금액으로는 3배 이상 많다. 지난 24일 이후 일주일 만의 영업일인 데다 월말 거래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통상 각 은행 월말 센터컷 거래량은 300만~500만건 수준인데 이날 일부 은행들의 센터컷은 3000만건을 넘어섰다. 한 은행에서 10조원대 예약이체가 진행되는 것이다.
온라인 거래량도 폭증했다. 각 은행은 이날에만 2억~4억건의 온라인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는 각 은행의 서버·전산망이 폭증한 거래량을 문제없이 소화하고 있다. 은행들이 설 연휴 전부터 ‘역대급 연휴’에 대비해 대응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설 연휴 전부터 거래량 폭증에 따른 영향도를 점검하고 전국의 유지보수 업체와 연락해 비상대응체계를 마련했다. 거래량 폭증에 대비해 신용평가사, 신용정보원 등 대외기관의 데이터 송수신 영향도를 점검하고, 코어뱅킹 관련 서버 디스크 용량도 살펴봤다. 센터컷 집중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연휴기간 컴퓨터실·방재실에 24시간 상주하는 등 IT인프라를 상시 점검했다.
국민은행 IT비상대응반은 이날 아침 일찍 출근해 서버 과부하 영향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디도스(DDos) 공격에 대비해 정보보안도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자정부터 ICT 상황반을 통해 담당직원이 상주하면서 모니터링 중이다. 방문 고객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 영업점에는 본부 직원을 파견했다. 하나은행은 연휴 전 디지털혁신그룹장 주관 하에 비상점검을 실시했다.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상황 발생시 대응 시나리오 및 비상연락망까지 정비했다. 하나은행은 거래량 급증으로 시스템 과부하가 발생하면 시스템 용량을 10분 안에 긴급 증설할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아키텍처를 적용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오늘 전산 담당자는 오전 6시 출근해 정상여부를 점검했고 오전 7시20분께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정진완 행장이 직접 설 연휴에 우리금융상암센터 IT비상상황실을 찾아 거래량 급증에 대비했다. 우리은행은 IT인프라 비상용량을 늘리고, 유량제어 솔루션을 통해 일시적 거래 유입에 따른 과부하를 방지한다. 특정시간대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시간 간격을 두고 메시지를 분할 발송하기도 했다. 연휴기간 약 50명이 비상 근무했고 오늘 시스템 운영 담당자는 조기 출근했다.
차세대 디지털플랫폼으로 전산을 교체하는 NH농협은행은 거래 집중에 대비해 전산 자원을 증설했다. 주요 거래에 영향이 없도록 고객 거래에 영향이 없는 작업에 대해서는 작업시간을 조정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오전 업무 시작 전 유량제어를 했던 것 외에 현재까지 전산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IT 담당국이 함께 거래 상황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현재까지 문제가 없다”면서 “끝날 때까지 계속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