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인하 종료 우려 과장"…한은 금리결정에 영향줄까

정두리 기자I 2025.01.17 15:54:17

IB 10곳 중 6곳 올해 금리인하 횟수 ''0회'' 전망했으나
근원 CPI 상승률 예상치 하회하자 "다소 과장된 측면"
국내 금리경로 영향 미칠지에도 주목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하회한 가운데, 슈퍼코어(주거비 제외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 상승세도 둔화됨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종료 우려는 다소 과장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통화정책 방향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진=챗GPT


17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CPI 상승률이 1년 전보다 2.9% 올랐지만 시장 예상치에 부합해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3.2%, 전월 대비 0.2% 각각 상승하며 예상치를 0.1%씩 밑돌았다.

금융시장에서는 근원 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돈 가운데 슈퍼코어 인플레이션 상승세도 둔화됨에 따라 최근 트럼프 2기 관세정책, 예상보다 강한 고용지표 등으로 고조된 인플레이션 재확대 우려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상품을 구성항목별(전월비 기준)로 보면 자동차(중고차 전월 2.0%→1.2%, 신차 0.6%→0.5%) 가격 오름세가 축소되고 가구·가정용품 가격(0.7%→-0.2%)이 하락 전환되며 상승세가 축소됐다.

근원서비스는 주거비(0.3%→0.3%) 오름세가 유지된 가운데 항공료(0.4%→3.9%) 큰 폭 상승에도 불구하고 의료비(0.4%→0.2%) 오름세가 축소됨에 따라 연준이 정책 판단시 보다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기준 개선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CPI 데이터에 기반해 지난해 12월 근원 PCE 상승률(MoM)을 추정하면 0.17%이며 이를 연율로 환산(3개월 평균 기준)하면 2.2%로, 연준 물가목표 수준에 근접하다. 주거비 제외 근원서비스 인플레이션 상승률의 경우 0.21%로 최근 5개월래 최저치다.

투자은행(IB)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재차 심화하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멈출 것이라는 최근의 우려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앞서 글로벌 IB 10곳 중 6곳이 올 들어 미국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낮췄다고 밝힌 바 있다.

금리선물(Fed fund Futures) 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폭 전망도 지난 15일 39bp로 전일 29bp보다 확대됐다. CPI 발표 이후 연준 연내 금리 인하폭 전망치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는 큰 폭 하락하고 주가는 상승했다. 미달러화는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다만 견조한 고용상황, 정책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1월 동결 전망은 유지했다.

씨티는 “이번 데이터는 시장이 인플레이션 지속성에 대해 과대평가해왔음을 보여준다”며 “여전히 올해 5회 인하(각 25bp 인하) 전망 견해를 고수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근원상품·근원서비스 모두 예상치를 하회하며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번 데이터는 올해 3월 연준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을 지지한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일각의 금리 인상 전망은 너무 매파적(hawkish)인 전망이라고 생각하며 2019년 사례에서 보았듯이 시장의 충격을 줄만한 관세인상은 금리 인하를 불러왔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몬트리올 은행도 “근원 CPI 상승률 예상치 하회 등은 그간 심화됐던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를 다소 완화하며 올해 전체의 시계로 보면 최근 위축된 시장 기대보다 연준의 금리 인하폭 확대를 불러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처럼 연내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통화정책에 어떻게 작용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CPI가 나옴에 따라 미국 내에서도 미 연준이 금리를 올해 몇 번 낮출 것인가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근본적으로 미국 통화정책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미국과 독립적으로 국내 경제 상황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여력이 더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정치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 신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등은 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미국 시장 내에서도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시작하고, 이를 점검한 후에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전날 금통위에서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전원은 3개월 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은이 2월에 25bp 인하를 단행하고, 연내 2~3차례 금리를 낮춰 경기 살리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