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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강동구에서는 중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지적장애인 동급생을 불러내 집단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부모님과 여자친구에 대한 험담을 했다고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달 말 공동폭행 혐의를 받는 A(15)군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6일 밝혔다. A군은 지난달 19일 새벽 4시쯤 서울 강동구 한 골목으로 피해 학생을 불러내 머리와 몸 등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현장에는 A군을 포함해 9명의 학생들이 있었고 그 중 폭행에 가담한 건 A군과 B(15)군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폭행이 점점 심해지자 A군 무리 중 1명이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과 경찰이 출동해 A군을 병원으로 이송했고, 이 사건으로 피해 학생은 두개골 절제술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피해 학생의 머리를 종합 격투기의 ‘사커킥’ 처럼 발로 걷어찼다”고 진술했다. 폭행을 한 이유에 대해 A군은 “부모님에 대해 피해 학생이 욕을 했다고 들었다”며, B군은 “여자친구를 욕했다고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군과 B군에 대해 모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 학생에게 결정적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 A군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 법원이 이를 발부하면서 지난달 21일 A군은 구속됐다. 현행법상 소년(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하지 못하지만 A군의 경우 구속 사유가 인정된 것이다.
올해 초에는 운동선수가 자신보다 방어 능력이 약한 일반인을 집단으로 폭행한 사건도 일어났다. 지난 1월 1일 새벽, 서울 모 대학 태권도학과 재학생 3명이 서울 광진구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일반인 남성 1명을 집단으로 폭행해 사망하게 한 것이다.
가해 학생들은 모두 태권도 4단으로, 태권도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유명 체대에 진학했다. 이 중 주범으로 지목된 김모(21)씨는 지난 2016년 국가대표 선발 예선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김씨는 집단 폭행으로 쓰러진 피해 남성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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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운동선수 등 ‘강자’가 장애인, 일반인을 폭행해도 가중처벌할 수는 없다. 현행법상 폭행죄의 주체에 따라 형이 가중되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운동선수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폭행할 경우 타격의 강도를 아는 상태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고의성을 따질 때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클럽 폭행 사망사건에서 피해자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정민영 변호사는 “폭행 주체가 운동선수라는 점은 고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요소가 된다. 일반인이라면 발로 사람을 찼을 때 어느 정도 타격이 있을지 알기 어려워 ‘상해로 일어난 결과까지 예상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운동선수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폭행을 하면 사망이나 중상 등 심각한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타격을 가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운동선수의 폭행에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 일부러 심각한 피해를 입히려고 때린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폭행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결과까지 용인하겠다는 정도의 의사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전문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훈련을 받거나 운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폭행의 고의 여부를 가릴 때) 일반인과는 달리 평가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광진구 클럽폭행 사망 사건의 경우, 재판에서는 고의성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방이 진행 중이다. 살인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은 “때린 건 맞지만 사망할 줄 몰랐다”며 고의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검사와 재판부는 고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 “태권도 실제 대련에서 머리와 가슴 등에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이유는 치명상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냐”,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피해자를 때릴 때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않았냐” 등의 질문을 던지며 피의자 각각을 신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