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42일’. 13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개원 후 원 구성이 완료되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이다. 1년의 10분의 1이 넘는 시간을 여야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허비했다. 40년 가까이 이어진 국회의 유구한 전통이다.
답답한 건 누구도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20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원 구성 지연의 원인으로 제도의 부재를 지목했다.
법정 시한을 마련했지만 원 구성 법정 시한을 넘겨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고 국회가 멈춰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지연은 반복됐고 결국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국민적 불신만 키웠다고 진단했다. 이후 6년이 지났지만 국회는 여전히 제자리다.
후반기 국회가 본격 가동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원 구성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쟁점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다. 법사위는 대부분의 법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누가 법사위원장을 맡느냐에 따라 입법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여야 모두 물러서지 않는다.
여야는 입만 열면 “민생이 우선”이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여야가 기존에 합의해 본회의 문턱만 남은 60여 건의 민생 법안의 상당수는 감감 무소식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에 반발하며 맞선다. 공방은 매번 달라지는 듯하지만 결론은 비슷하다. 협상은 길어지고 국회는 멈춘다. 그리 민생은 볼모로 잡힌다.
해외 주요 의회와 비교해도 우리 국회의 반복은 이례적이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 의회는 원 구성이 장기 협상의 대상이 되는 일이 드물다. 반면 우리 국회는 원 구성 자체를 정치적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국회 공전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제도다. 정치적 협상만큼 원 구성 지연을 막을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40년 뒤에도 국회는 같은 이유로 멈추고, 그 대가는 또다시 애꿎은 국민이 치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