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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돌려차기 男, 피해女 청바지 벗겨"..법원 인정

전재욱 기자I 2023.06.12 16:48:44

피해자 청바지 및 신체에서 가해자 DNA 검출
1심서 지나간 '강간 시도' 유죄로 인정돼 형량 가중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최대 쟁점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옷을 벗겼는지였다. 2심은 이 부분을 인정하고 살인 미수(1심)보다 무거운 강간 등 살인죄를 적용해 형량을 높였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갈무리.(사진=피해자 측 남언호 변호사)
12일 이 사건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청바지와 속옷을 벗긴 사실을 인정했다. 1심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2심에서 결과가 달라졌다.

우선 피해자가 입은 청바지와 속옷이 범행 전후로 벗겨진 사실은 객관적으로 명백했다. 피해자는 CCTV 사각지대로 끌려가기 전에는 옷을 정상적으로 입고 있었다. 이후 피해자가 발견될 당시는 청바지 단추가 모두 풀려 있었고, 병원에 실려왔을 때 보니 종아리에 팬티가 걸려 있었다.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옷이 벗겨진 이유를 밝히는 게 핵심이었다. 피해자의 청바지는 이른바 ‘하이 웨스트’ 형이라서 저절로 벗겨질 가능성은 없었다. 법원은 “사라진 7분 사이 ‘누군가’ 피해자의 청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다시 입혀 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경우의 수는 세 가지였다. 탈의 주체는 피해자, 제 3자, 피고인으로 좁혀졌다. 우선 피해자가 스스로 탈의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피해자는 목격자에게 발견된 당시 의식을 잃은 채였다. 이런 상태에서 전면에 여러 개 달린 단추를 풀어서 옷을 벗은 걸로 보기 어려웠다. 병원에 중태로 실려온 점을 고려해도 피해자가 행위와 진술을 허위로 꾸며낸 것으로 볼 수 없었다.

제 3자가 개입한 공산도 낮았다. 범행이 발생한 시각은 새벽 시간이었다. 사라진 7분 동안 범행 현장 주변을 오가는 이들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뤄보면 피고인이 사라진 직후 피해자에게 접근한 3자는 목격자가 유일하다시피 하고, 이 목격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법원은 “제 3자가 개입할 개연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이제 남은 건 피고인이 옷을 벗겼는지 여부다. 결정적인 증거가 피해자의 청바지 안감과 신체에서 발견됐다. 여기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됐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옮기는 행위만으로는 DNA가 묻어나기 어려운 부위였다. 옷을 벗기는 과정에서 남긴 흔적으로 보는 게 타당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CCTV가 설치되지 않은 복도 구석으로 옮긴 다음 피해자가 입고 있던 청바지와 속옷을 벗겼다”고 인정했다.

이 점이 인정돼 피고인에게 강간 등 살인 미수죄가 적용됐다. 이 죄는 최소 징역 10년 이상의 선고해야 해서 일반 살인미수죄(최소 징역 5년)보다 형량이 무겁다.

이를 바탕으로 항소심 재판부는 형량을 기존 징역 12년에서 이번에 징역 20년으로 늘렸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오로지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 취급했을 뿐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최소한 존중이나 배려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에게 법을 준수하려는 기본적인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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