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내란특검법에 다시 거부권…"특검 필요성 판단 어려워"

박종화 기자I 2025.01.31 15:34:03

"진행 중인 재판절차 통해 실체적 진실 규명이 우선"
야당 반발 불가피…탄핵 등 초강수 가능성 작아
''최상목 체제'' 거부권 횟수 7건으로 늘어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란 특검법에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란 특검에 여전히 반대하는 데다가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 현안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尹 기소로 특검 역할 축소돼

최 대행은 3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치열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특별검사 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낼 수 없었다”며 “헌법 질서와 국익의 수호, 또한 당면한 위기 대응의 절박함과 국민들의 바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특검 법안에 대해 재의 요청을 드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부의 간곡한 요청을 이해해 주시고 국회에서 대승적 논의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최 대행은 내란 특검법에 ‘갈지자 메시지’를 냈다. 그는 지난달 말 야당이 주도한 내란 특검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달 중순 윤 대통령 체포를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과 대통령 경호처 간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지자 최 대행은 여야 합의로 내란 특검법을 입법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정부에서도 특별검사 추천권을 정치권이 아닌 대법원장에게 넘긴 야당의 새 특검법을 두고 위헌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여당이 여전히 야당의 내란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최 대행이 특검법을 수용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컸다. 국민의힘은 내란 특검법의 수사 대상이 여전히 광범위할 뿐더러 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법을 처리했다며 최 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최 대행도 이날 내란 특검법에 대해 “이전에 정부로 이송되어 왔던 특검 법안에 비해 일부 위헌적인 요소가 보완됐다”며서도 “이전 특검 법안과 동일하게 여야 합의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와 함께 특검 수사 과정 중 ‘국가기밀 유출 가능성’도 제기했다.

검찰이 26일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면서 형사재판 절차가 본격화했다는 점도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미쳤다. 동일 사건에 대한 이중 기소가 불가능한 현행 법 체계상 특검이 출범한다고 해도 공소 유지 외에 큰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 대행은 “앞으로의 사법절차 진행을 지켜보아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별도의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현 시점에서는 새로운 수사기관을 만들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공정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 “최상목 오판말라”…‘비상한 결단’ 경고

야당 반발은 불가피하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무에 앞서 낸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에 대한 기소 대상이 내란 우두머리 죄뿐이냐? 직권남용 등 파면 결정 이후 이뤄질 수사와 기소는 중요하지 않느냐? 경호처 핵심 인사들에 대한 구속도 실패한 마당에 윤석열 참모그룹에 대한 수사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느냐”며 “최상목 대행에게도 요구한다. 오판하지 말라. 이번에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비상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다만 가뜩이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후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최 대행에 대해서도 탄핵 등 초강경 카드를 꺼내긴 쉽지 않다.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란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재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재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 쌍특검법은 폐기된다. 재표결 문턱을 넘기 위해선 여당 이탈표가 필수적인데 윤 대통령 기소로 특검 회의론이 커진 상황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은 더욱 작아졌다.

한편 내란 특검법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후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7건으로 늘었다. 윤석열 정부 전체로 따지면 38건(윤 대통령 25회·한 총리 6건·최 대행 7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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