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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수위 높이는 월가 거물들…"초불확실성, 투자 신중해야"

김정남 기자I 2022.04.05 14:27:43

다이먼 "우크라 전쟁 예측 불가능해"
달리오 "70년대식 스태그 오고 있다"
핑크 "세계화 종지부, 인플레 부추겨"
건들락 "금리역전, 강력한 침체 우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경제가 전례를 찾기 어려운 큰 위험들에 직면해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에 있는 월가 거물들이 경고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와중에 ‘역대급’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가파른 긴축 공포가 한데 얽혀 초불확실성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시장 변동성이 격화할 수 있음을 강하게 경고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사진=AFP 제공)


◇다이먼 “엄청난 시장 변동성 올듯”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4일(현지시간) 주주 연례 서한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적인 경기 부양으로 인한 회복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제재 등 세 가지를 거론하면서 “이들의 결합은 미래 위험을 큰 폭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며 “과거와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그의 주주 서한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널리 읽힌다.

다이먼 회장은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對)러시아 제재는 최소한 세계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라며 “전쟁 자체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과 세계 원자재 공급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해져 폭발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러시아산 원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의 경우 올해 성장률이 4.5%일 것이라고 6주 전에 예상했는데, 이를 다시 2.5%로 낮췄다”며 “미국의 경우 기존 3%에서 약 2.5%로 하향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이는 상당히 정적인(static) 시각에 근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세계 경제 충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이먼 회장은 또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는 너무 많았고 너무 오래 지속했다”며 “연준이 예상보다 상당히 높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고 양적긴축(QT)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50bp(1bp=0.01%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여러 차례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늘 했던 대로) 25bp씩 올리는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다이먼 회장은 그러면서 “(이같은 위험들로 인해) 시장에서 엄청난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이끄는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 회장이 4일(현지시간)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야후파이낸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 회장 역시 이날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1970년대와 매우 비슷해지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강력 경고했다.

그는 특히 국가주의의 득세를 세계적인 화두로 꼽았다. 달리오 회장은 최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양상을 △무역 전쟁 △기술 전쟁 △지정학적 영향력 전쟁 △자본 전쟁 △군사 전쟁 등으로 분류했다. 그는 이를 두고 “각국이 자급력과 독립성을 점차 키우게 할 것”이라며 “세계화는 약해지고 국가주의는 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꼽은 게 초인플레이션이다. 그는 “(국가주의가 강해지면) 복지 제도, 국방비, 환경 프로그램 등에 많은 돈을 써야 한다”며 “그러면 대규모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찍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 풀기가 화폐가치 절하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달리오 회장은 “이같은 환경에서 균형 잡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사진=AFP 제공)


◇세계화 후퇴 경고한 달리오와 핑크

세계화의 후퇴를 경고한 건 달리오 회장뿐 아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가 지난 30년간 경험한 세계화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단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오프쇼어링(해외 생산)을 선호했던 기업들이 온쇼어링(자국 생산)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얘기다.

핑크 회장은 “기업과 정부는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더 광범위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들은 많은 사업을 자국 혹은 자국 인근에서 영위하면서 일부 국가에서 빨리 철수할 수 있다”이라며 “이는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용 절감이 장점인 큰 오프쇼어링이 줄면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이 현실화한 것을 두고 “매우 강력한 침체를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년물 국채금리는 1bp 더 낮은 채 마감하면서 역전 현상을 이어갔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차는 전통적으로 경기 풍향계 역할을 해 왔다.

건들락 CEO는 “때마침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이번에는 상관 없다는(침체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들이 나온다”며 “그들을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준에 대해서는 “2%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터무니없어 보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월 자사의 토털리턴 펀드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출처=더블라인 캐피털, 김정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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