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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제발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해선 세계 최초 규제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분별한 선진국의 규제를 본뜬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호소가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학회장인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로부터 나왔다. 그는 16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글로벌 디지털 패권 경쟁, 대한민국은 없다!’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런 의견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문제가 뜨거운 이슈다.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기관 뿐만 아니라 국회 의원들도 규제 법안을 내고 있으며,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은 20개에 이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섣부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우리나라의 플랫폼 기업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유럽의 규제 도입보다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고려하다가 폐기한 미국의 사례를 따라가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들은 유럽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미국은 규제 패키지 법안을 대부분 폐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럽 연합(EU)은 빅테크 기업에게 상호운용성 확보, 데이터 이동권 보장, 시장지배력 남용 금지 의무를 규정한 디지털 시장법(DMA)을 도입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 패키지 법안을 의회에서 논의하다가 대부분 폐기한 상황이다.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혁신전략팀장은 “유럽은 토종 플랫폼이 없고 대부분 미국과 유럽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DMA 등을 통해 이들 플랫폼을 견제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DMA를 벤치마킹하여 규제를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다. 김현경 교수는 “유럽과 달리 빅테크와 경쟁할 사업자가 있고 토종 플랫폼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유럽 규제를 단순히 본뜬다면 글로벌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열세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규제 도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EU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도입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김 교수는 “GDPR 도입 후 구글과 페이스북의 매출과 이용자 수는 증가한 반면, 작은 기업들은 규제로 인해 진입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국내 플랫폼이 약화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언급됐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플랫폼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국 플랫폼을 키워 국가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 시대에 자국 플랫폼이 없으면 경제성장 기회를 놓치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주권도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섣부른 규제 대신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따라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주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먼저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며 “제조업에서 성공했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디지털 분야에서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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