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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은 파리바게뜨는 물론 ‘포켓몬 빵’ 열풍을 일으킨 SPC삼립 , 던킨도너츠 등을 거느린 제빵업계의 독보적인 그룹이다. 제빵기사인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화섬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이곳에서 단식 농성 중인 이유는 2017년 노조 설립 때부터 요구한 적정 임금, 적정 휴무 보장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봐서다.
앞서 2017년 정의당은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5000여명을 가맹점에 불법파견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해왔다고 발표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사측을 대상으로 근로 감독에 착수했고 제빵기사 직고용과 미지급한 연장근로수당 110억여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정의당의 문제제기 후 1년이 지나서야 사측은 자회사를 통한 직접고용, 3년 이내 본사와 동일 급여 적용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적 합의를 노조 측과 맺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단 게 화섬노조 소속 파리바게뜨 노조원들의 입장이다. 임 지회장은 “사측은 사회적 합의를 지키기는커녕 노조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하는 등 탄압하고 있다”며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을 탈퇴시킨 관리자에게 SPC가 포상금을 지급했고, 진급을 미끼로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 지회장은 “(제빵기사들은) 코로나19가 의심돼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왜 검사를 해서 일을 키우느냐’고 하는 등 아파도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SPC는 노동자를 괴롭히는 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한 뒤 노조 탄압 등 불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임종린 지회장, 건강악화…SPC측 “합의 이행 완료”
단식 농성 한달째인 임 지회장은 간신히 앉아 버티는 중이다. 그의 몸무게와 혈압, 혈당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조합원이 돌아가며 농성장을 함께 지킨다고 했다.
농성장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은 갈린다. 농성장의 스피커 소리에 ‘소음 유발 시위 OUT!’, ‘시끄러워 못살겠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농성장 뒤에 걸렸다. 인근 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시위 소음 기준은 넘지 않지만, 민원은 꾸준히 접수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천막에 응원 글을 적고 가는 등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임 지회장은 “몇몇 주민이 찾아와 응원의 말을 건네주신다”며 “인근에 살고 있다는 분은 ‘(시끄럽다는 현수막) 저건 우리 뜻 아니다, 너무 부끄럽다’고 말해주더라”고 했다. 농성장 인근을 오가는 사람들은 ‘피카츄가 노조탄압 책임져라’ 등의 문구를 살펴보기도 했다.
임 지회장의 단식 한 달째를 맞은 지난 27일엔 화섬노조와 일부 시민들이 SPC 본사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원회 상임공동대표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기업이 빵을 만드는 노동자들을 탄압한다면 소비자들이 이 빵을 행복하게 먹을 수 있겠나”라며 “잘못된 기업을 시민이 응징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SPC그룹 측은 “사회적 합의는 충실히 이행됐고, 대부분의 제빵기사들이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회사는 3년간 임금을 총 39.2% 인상하는 등 연봉과 복리후생을 향상시키고, 휴무일도 협력사 소속 당시에 비해 30% 이상 늘리고, 제빵기사 4000여명 이상이 가입한 대표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대표노조 및 시민단체 등과 함께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를 선언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