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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비트코인 배반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도지코인’ 신봉자로 갈아탔다. 그의 입놀림에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하면서 세계 2위 부자자리에서도 밀려놨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가 4차원 CEO가 벌인 해프닝으로 끝이 날지, 비트코인의 하락기로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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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에서 도지코인으로 갈아탄 머스크
머스크의 비트코인 끌어내리기는 이번 달부터 본격화했다. 지난 12일 그는 “채굴 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며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발표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가상자산은 여러모로 좋은 생각이고 전도유망하지만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화석연료, 특히 석탄 사용량이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이 걱정된다”고 적었다.
비트코인이 이미 탈중앙화라는 본래 취지를 잃었다는 점도 꼬집었다. 지난 16일 머스크는 “비트코인은 사실 고도로 중앙집중화돼있다. 몇 안 되는 거대 채굴 회사들이 지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신장에서 홍수가 일어나 채굴이 중단됐을 때 비트코인 해시율(암호화폐 네트워크의 처리 능력)은 35% 떨어졌다”며 “이게 정말 탈중앙화된 것처럼 들리는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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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팟캐스트 진행자 피터 매코맥은 자신의 트위터에 “형편없는 정보에 따른 머스크의 비트코인 비판과 도지코인 지지는 완벽한 ‘트롤(온라인 공간에서 남의 화를 돋우는 행위)’”이라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이에 “이런 아주 불쾌한 의견이 나를 도지코인에 올인하고 싶게끔 한다”고 쏘아붙이며 설전이 붙기도 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머스크는 튤립에서 꽃잎을 떼어내듯 비트코인을 끌어내리려는 1인 임무를 하고 있는 듯하다”며 “(그가 지금) 도지코인에 롱(매수), 비트코인에 숏(매도)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머스크가 ‘도지코인의 아버지’를 자처하는 데도 이유가 있을 것이란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도지코인은 한 개인이 전체 물량의 28.32%를 차지하는데, 2019년부터 꾸준히 도지코인을 사들인 이 개인은 지난달 도지코인 628개에 0.1971개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 숫자가 머스크의 생일인 1971년 6월28일과 겹친다는 점에서 머스크가 최대 소유주 아니냐는 의혹이다. 앞서 비트코인이 지나치게 중앙집중화됐다는 머스크의 지적이 무색하게 들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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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리스크 오래 안 갈 것…가상자산은 지속된다”
머스크가 띄우고 머스크가 떨어뜨린 비트코인 투자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갈린다. 런던 소재 가상자산 전문 MVPQ캐피털 설립자인 펠릭스 디안은 “앞으로 (비트코인을 향한) 구미가 떨어질 것”이라며 “기술적 관점에서 모멘텀을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환경 문제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도 “비트코인은 주식과 채권의 가치를 고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수익 흐름이나 이자 지급 같은 펀더멘털이 없다”며 “본질적으로 향후 몇 년 동안의 시장 트렌드에 대한 투기적 베팅”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머스크 트윗 한 줄에 출렁여 온 가상자산의 변동성은 계속될까. 블룸버그는 “눈에 거슬리는 최근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예전보다 훨씬 덜 변덕스럽다”고 했다. 머스크가 주도하는 변동성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트코인 신탁을 운영하는 오스프리 펀드의 그렉 킹 CEO는 “핵심은 가상자산이 지속할 것이라 보느냐인데, 답은 ‘예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