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처음 프랑스에서 상영했던 당시 반응은 싸늘했다.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시대를 앞서가는 현대음악의 거장 필립 글래스(79)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2003년 다큐멘터리와 클래식을 결합한 ‘캇씨(qatsi) 시리즈’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지 13년 만이다.
글래스는 이번 내한에서 프랑스 시인 겸 영화감독인 장 콕토의 동명 흑백영화에 자신의 음악을 덧입혀 완성한 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를 22~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와 25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국내 초연한다. 영상에 오페라를 접목시킨 혁신적인 작품으로 이미 서울 공연은 80% 이상, 통영 공연 역시 티켓이 모두 팔려나간 상태다.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글래스는 “1994년 초연 반응은 냉담했지만 10년이 지나서야 받아들이더라.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고 있다”며 작품의 생명력으로 장 콕토의 원작 영화가 가진 힘을 꼽았다.
|
그는 “장 콕토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다면 나 또한 ‘미녀와 야수’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는 영화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지, 무엇보다 사랑, 삶과 죽음 같은 인간의 아주 본질적인 얘기를 꿰뚫어 작품에 담을 줄 아는 거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콕토는 나의 가장 중요한 협업자다. 그의 작업들은 많은 영감을 준다”고 덧붙였다.
라이브 필름오페라를 구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굉장히 논리적이면서도 쉬운 작업이었다고 했다. 음악과 대사 등 모든 소리를 완전히 제거한 흑백영화가 상영되는 가운데 글래스가 작곡한 음악을 필립 글래스 앙상블이 연주하고, 4명의 성악가가 대사에 맞춰 노래하는 형식이다. “먼저 영화를 2~2분30초 단위로 30개 장면으로 나눴다. 각 장면 속 배우들이 발음하는 단어에 맞아떨어지는 멜로디를 만든 다음에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수 있도록 음들을 붙여나갔다. 지휘자는 연주자들을 보지 않고 영화를 보면서 지휘한다.”
이같은 형식 파괴 시도에 관련해선 “보통 영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후반에 음악이 들어가는데, 왜 영화에서는 연기와 음악이 별개로 다뤄지는지 의문이었다. 공식화된 작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작품을 본 관객 반응도 남다르다. “오늘 밤에도 비슷한 반응이 나올 거 같은데 (웃음) 노래와 영상이 나올 때 처음에는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른다. 6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아’ 하고 알아차린다. 85~86분 남짓 영화 말미에 관객들은 노래와 영상을 일치해서 인식하게 될 거다. 하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