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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85세로?" 美 3배로 빨리 늙는 한국…日보다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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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I 2026.09.02 09: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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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CEPR·OECD 공동 컨퍼런스 개최
韓 고령화 속도, 美의 3배 넘어
2100년 생산연령인구 1명당 노인 2명
고령화에 균형 실질금리 1.4%p↓
“현재 부양비 유지하려면 정년 20~25년↑”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한국이 미국보다 3배 빠른 속도로 늙어가면서 성장과 재정, 통화정책 전반에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특히 고령화가 늦게 시작된 만큼 충격에 대응할 시간도 짧아, 현재 수준의 노년부양비를 유지하려면 정년을 20~25년가량 높여야 할 정도로 가파른 인구구조 변화가 예상됐다. 일본의 장기침체를 불러온 고령화 충격이 한국에서는 더 압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고령화가 끌어내린 성장·금리…日 장기침체 재연 우려

2일 한국은행이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 개최한 ‘인구 고령화와 장수의 경제학: 도전에서 기회로’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연구들은 빠른 고령화가 한국 경제의 성장 여력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재정과 통화정책의 운신 폭을 좁힐 가능성에 주목했다.

후미오 하야시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명예교수는 “일본의 30년 장기침체가 다른 선진국보다 일찍 시작된 고령화로 상당 부분 설명된다”고 분석했다. 고령화가 빠를수록 성장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일본 역시 이런 흐름에서 벗어난 예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인구 전환은 다른 선진국보다 약 30년 먼저 진행됐다.

앞으로는 한국이 비슷한 성장 둔화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20~2050년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0.96으로 미국(0.31)의 3배를 웃돌아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야시 교수는 “일본에서 나타난 ‘운명의 역전’이 동아시아 전반에서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빠른 고령화는 성장뿐 아니라 통화정책에도 부담이다. 한은 경제연구원 연구진은 출산율(1.71명)과 기대수명(72.2세)이 1991년 수준에 머물렀다면 2024년 균형 실질금리가 현재보다 약 1.4%포인트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고령화가 경제의 적정 금리 수준 자체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령화는 2025~2070년 물가상승률도 연평균 0.15%포인트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낮추고 부도 위험을 높이는 등 금융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일수록 충격이 컸다.

한은 연구진은 “출산율 회복, 고령층 고용 확대, 생산성 제고 등 구조개혁이 실현될 경우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조개혁이 이뤄지면 2025~2070년 실질금리와 성장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연평균 약 1%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뒤늦은 고령화의 역설…“재정조정 시간 더 짧아”

한국은 고령화가 늦게 시작된 만큼 대응할 시간도 부족하다. 셀라하틴 임로호로글루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한국, 중국 등 후발 고령국이 먼저 늙기 시작한 국가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훨씬 큰 폭의 재정조정을 감당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성장 여력도 동시에 약화된다”고 분석했다.

유엔(UN)의 저위 인구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한국과 중국의 노년부양비는 2024년 30% 미만에서 2100년 생산연령인구 1명당 노인이 약 2명인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쉽게 말해 일할 나이의 인구는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는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다.

그 부담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필요한 조정 폭도 크다. 연구 결과 후발 고령국은 2024년 수준의 노년부양비를 유지하기 위해 65세 기준 정년을 20~25년가량 높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만으로 지금의 부양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구 변화가 가파르다는 의미다.

다만 고령화가 재정과 성장에 미치는 충격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노년부양비가 25%에서 50%로 높아지는 속도가 빠를수록 필요한 정년 상향 폭은 커졌지만, 성장 둔화 정도와는 뚜렷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재정 압력과 성장 압력이 “서로 다른 경로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인구구조가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기 전에 연금과 정년 등을 미리 손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본처럼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연금 급여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조정이 늦어질수록 급여, 기여율, 정년 등의 조정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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