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연 4%대가 훌쩍 넘는 정기 예금을 속속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고금리 상품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저축은행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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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 최고금리가 4.35%로 가장 높았으며 DGB대구은행의 ‘DGB주거래우대예금(첫만남고객형)’ 등 3개 상품이 4.20%를 웃돌았다. 지난달까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4.10%대였으나 은행들이 4.20~4.30%대 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금리 경쟁이 불을 붙고 있는 것이다.
29개 상품의 평균 최고금리는 4.09%다. 저축은행의 최고금리에 상당 부분 근접한 상황이다.
1금융권인 시중은행들이 4%대 수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자 저축은행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예치된 수신자금이 1금융권으로 빠져 나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의 정기예금(단리·12개월 만기) 평균 금리는 4.24%로 집계됐다. 지난달보다 0.08%포인트 오른 수치다. 4.50%가 넘는 상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금융상품 비교 플랫폼 뱅크샐러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 최고금리 상품(12개월)은 조은저축은행(서울본점)의 4.70%였으며, 드림저축은행(4.60%), 조흥저축은행(통영·4.50%)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1금융권의 4.30%대 상품과 금리차가 거의 없어 자금을 재예치시키기엔 다소 역부족이란 평가다. 1금융권이 더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는 소비자들의 이동이 잇따를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정기예금에 묶여 있던 자금이 풀리면서 은행권으로 대거 움직일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에 예금을 뺏기지 않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달 “작년 4분기 취급된 고금리 예금의 재유치 경쟁이 장단기 조달·대출금리 상승 우려 등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기 자금시장, 주식·채권시장, 예금·대출시장의 쏠림 현상과 여·수신경쟁 과열 여부 등을 밀착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엄청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은행도 금리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금융당국이 자금조달 건전성을 우려로 제동을 걸 수 있어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