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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금메달 허미미…"할머니 유언 없었다면 이 순간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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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희 기자I 2026.10.02 10: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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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허미미
할머니 유언 따라 한국 국적 택하고 AG 金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 5대손으로도 유명
"행복한 순간 만들어주신 할머니 감사해" 눈물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긴 부상과 재활을 견딘 허미미(경북체육회)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뒤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돌아가신 할머니에 금메달을 가져가겠다는 약속도 지켰고, 파리에서 부르지 못했던 애국가도 마침내 부르게 됐다.

허미미의 금빛 미소.(사진=연합뉴스)
허미미의 금빛 미소.(사진=연합뉴스)
허미미는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아리운자야 테르비시(몽골)를 업어치기 유효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유도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다.

우승까지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허미미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어깨 수술을 받았고 오랜 재활 기간을 거쳤다. 한동안 실전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서 경기 감각과 컨디션도 떨어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이전 기량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따랐다.

허미미는 경기 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다시 올라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했다”며 힘겨웠던 시간을 돌아봤다.

불안감은 경기 전날까지 이어졌다. 그는 “수술 후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 어제는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파리올림픽 은메달 이후 높아진 기대도 부담이었다. 허미미는 “올림픽 이후 많은 기대를 받았고 이번 대회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며 “그래도 주변에서 ‘금메달이 아니어도 된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걱정은 기우였다. 허미미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차례로 상대를 넘어뜨렸고, 결승에서도 경기 초반부터 유효를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리드를 끝까지 지켜 금메달을 확정했다.

허미미는 “평소에는 경기 초반에 득점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오늘은 초반에 유효를 받았다”며 “시계를 봤더니 3분 50초나 남아 있더라. ‘이걸 어떻게 버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이어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다”고 덧붙였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할머니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한 허미미는 2021년 ‘한국 선수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유언을 따라 태극마크를 선택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할머니에게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허미미는 “금메달을 갖고 할머니 영전을 찾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켜 기쁘다”고 말했다.

할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감정은 더욱 북받쳤다. 허미미는 “그 말씀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한국에 와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또 하나의 오랜 바람도 이뤘다. 허미미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따라 부르기 위해 애국가를 외웠다. 하지만 당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애국가를 부를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시 애국가를 공부했다. 허미미는 “애국가 가사가 조금 어려워서 단어 뜻 하나하나를 공부하면서 외웠다”며 “지금은 잘 외우고 있다. 메달 세리머니 때 따라 부르겠다”고 활짝 웃었다.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허미미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한다. 당장은 이번 대회 혼성단체전에서 2관왕에 도전하고, 장기적으로는 2028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서 파리의 은메달을 금메달로 바꾸겠다는 목표다.

허미미는 “다음 스텝은 올림픽 금메달”이라며 “우선 이번 대회 혼성단체전에서 2관왕에 도전한 뒤 올림픽을 향해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허미미 금메달.(사진=연합뉴스)
허미미 금메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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