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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산업부에 따르면 파스타 가격은 지난 3월 전년 동월대비 17.5% 상승한 데 이어 4월에도 16.5% 급등했다. 이는 3월(8.1%)과 4월(8.7%) 이탈리아의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이탈리아 소비자권익보호협회(Assoutenti)는 “레스토랑에서 파는 전반적인 파스타 요리 가격도 1년 전보다 6.1% 올랐다”고 전했다.
국제파스타협회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은 1인당 연간 23㎏의 파스타를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일 60g이 조금 넘는 양을 먹는 셈이다. CNBC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주식인 파스타의 가격은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부연했다.
파스타의 주재료인 밀 가격은 올 들어 하락 추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4월 국제 밀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2.3% 하락해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의 파스타 가격이 오른 것은 현재 소비되는 파스타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밀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을 때 만들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난해 밀 가격은 10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또 에너지 가격 상승은 파스타 생산뿐 아니라 포장, 물류 가격 등 전반적인 비용에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 소비자권익보호협회의 푸리오 트루치 회장은 “더 높은 원재료 비용으로 생산된 파스타 재고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고가 소진된 이후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제조·판매업자들이 )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면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농민단체 역시 최근 수개월간 밀 가격이 하락했다면서 원재료 가격 상승이 소매가격 인상을 야기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또 파스타 가격 인상이 밀 농가의 수익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탈리아에선 파스타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트루치 회장은 “소비가 크게 줄어야 파스타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며 최소 15일 동안의 ‘파스타 파업’을 제안했다. 앞서 이탈리아 국민들은 2007년 파스타 가격이 20% 가까이 급등했을 때에도 불매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여론이 악화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일명 ‘긴급 파스타 회의’를 소집했다. 아돌포 우르소 비즈니스 및 이탈리아산 담당 장관은 지난 11일 로마에서 국회의원과 파스타면 제조업체, 소비자 단체 등과 파스타 가격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파스타 가격 상한제 도입도 안건에 올랐으나 부결됐다. 이탈리아 기업부는 “미미하지만 파스타 가격이 하락할 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몇 달 뒤엔 가격이 크게 내릴 수 있다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식품생산자협회는 “밀 가격 하락 등 (원재료에 쓰이는) 비용이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파스타 가격은 과거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여전히 2020~2021년보다 매우 높다. 포장이나 물류 비용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