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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극복 공신" VS "세금먹는 하마"…지역화폐 미래는?

박진환 기자I 2022.09.19 16:00:26

정부, 지역화폐 전면 중단 예고…대부분 지자체 사업 포기
대전시 "순수 지방비만 800여억 소요…재원부족 운영 불가"
전문가들 "사용자 위주 설계 한계 역외지출 차단 효과 미미"
세종시 등 일부 지자체 유지 입장…소상공인 반발등도 변수

2020년 5월 14일 대전시 중구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에서 지역화폐인 ‘온통대전’ 출시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앞다퉈 도입했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가 계륵 같은 처지로 전락, 존폐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했지만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며, 정부가 내년부터 전면 중단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세종시 등 일부 지자체들은 국비 지원 없이 순수 지방비만으로 지역화폐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재원 부족을 이유로 내년부터 이 사업을 포기 또는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 대전시, 세종시 등에 따르면 대전시 등 대부분의 지자체는 민선8기 출범과 동시에 지역화폐의 발행 규모와 캐시백 할인율을 대폭 축소했다. 우선 대전시는 지난달부터 지역화폐인 ‘온통대전’의 1인당 충전 한도를 월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줄였다. 충전 시 할인율(캐시백)도 10%에서 5%로 낮췄다. 올해 온통대전 발행 규모를 2조원으로 책정했지만 올해 상반기에 이미 80% 이상을 발행해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부터는 국비 지원이 사라지면서 연간 800여억원이 넘는 온통대전 운영비를 전액 지방비로 충당해야 한다. 대전시장이 공약사업 등 특정사업비로 집행할 수 있는 규모가 연간 1000여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화폐 단일사업으로만 80%가 소요되는 셈이다. 이에 이장우 대전시장은 현재 지역화폐 폐지를 심각하게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자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부산시는 지역화폐 ‘동백전’ 캐시백 혜택을 월 충전 한도 50만원·캐시백 10%에서 30만원·5%로 각각 낮췄다. 인천시와 경남도도 지난 7월부터 지역화폐 캐시백 할인율을 기존 10%에서 5%로 조정했다. 강원도는 ‘강원상품권’의 충전 한도와 캐시백을 30만원·5%로 줄였다. 운영을 중단한 지자체들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예산 문제로 지역화폐인 ‘광주상생카드’ 10% 캐시백 제공을 지난 6월부터 잠정 중단했다. 충북 청주시도 지난 6월 충전 한도를 월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축소하고, 같은달 10% 캐시백 혜택을 일시 중단했다.

지역화폐의 발행 효과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간 의견이 나뉜다. 지역화폐의 정책 설계가 사용자에게 맞춰졌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만족감은 높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 비용이 편익보다 크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다. 특히 캐시백 등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지역화폐의 활용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역외 소비지출 차단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서 이 부분도 상쇄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발행비용, 소비자 후생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낭비의 부작용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접 지자체의 경제규모에 차이가 있을 경우 지역화폐 도입이 경제규모가 작은 지자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충청권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순수 지방비만으로 지역화폐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내년부터는 사실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과 함께 소상공인들의 반발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화폐의 정책 설계가 사용자에 맞춰져 있는 만큼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책적 보완과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축소 운영 또는 폐지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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