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후유증 앓는 외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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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환율은 27.15원 내렸다. 하지만 이날 환율은 하루 만에 하락 분을 거의 다 되돌리는 모습이다.
우선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AI 충격 영향이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 중국 딥시크 등장으로 그간 미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AI 산업 구도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증시는 급락했고, 국내 증시도 1% 이상 하락하고 있다.
이날 장중 SK하이닉스는 10% 이상 급락했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자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1조1000억원대를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또한 연휴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고쳤다. 이에 시장에선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면서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달러는 더욱 강세를 나타냈다. 트럼프는 3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펜타닐 등 여러 문제로 양국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1시 7분 기준 108.21을 기록하며 강세다. 트럼프 관세 우려에 위안화는 약세다. 달러·위안 환율은 7.30위안대로 오름세다. 지난 17일 이후 다시 7.30위안대로 오른 것이다. 반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감에 달러·엔 환율은 154엔대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딥시크 영향으로 국내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 외국인 순매도도 많다”며 “1440원 후반에서 1450원 초반에서 네고가 있었지만 오후엔 많이 소진됐고, 역외에서 달러를 사려는 수급 쏠림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허니문 기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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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된다면 보편관세 리스크가 다시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일 여지가 크다”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AI 산업 등 첨단기술 약진에 어떤 조치 혹은 규제를 내 놓을지도 금융시장에 긴장감을 높일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허니문 랠리가 약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리스크와 함께 레드 테크 리스크가 시장에 주된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트럼프 관세 부과와 이로 인한 미중 갈등, 연준의 매파적인 입장 등 모든 재료가 달러 강세를 가리키고 있다”며 “트럼프 취임 이후 환율은 잠깐의 되돌림이었지, 방향이 바뀐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2월 환율 상단은 1470~1480원까지 갈 수 있다”며 “이미 달러 강세가 많이 진행된데다 위안화가 어떻게 될지도 변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