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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긴급조치 국가배상 불인정 대법원 판결, 헌법소원 대상 아냐"

노희준 기자I 2019.03.07 12:00:00

대법 패소 긴급조치 피해자 낸 헌법소원 각하
"예외적으로 대상 되는 법원 판결 아냐"
"''긴급조치=위헌''이라는 헌재 판단 수용"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박정희 정권 시절 대통령 긴급조치 발령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은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에서 패소한 긴급조치 사건 피해자들이 헌법재판소에서도 구제받지 못 한 셈이다.

헌재는 1974년 긴급조치 각 제1호, 제4호, 제9호의 각 위반 혐의로 구금됐다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윤모씨 등 3인이 “긴급조치 피해에 대한 국가 배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6대 2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을 심리 없이 종결하는 판단이다.

헌재는 “법원의 재판은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며 “해당 대법원 판결 중 긴급조치 제4호와 관련된 부분은 긴급조치 제4호가 위헌으로 결정된 적이 없어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 재판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조치 제1호 및 제9호에 해당하는 대법원 판결은 긴급조치가 합헌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재의 판단처럼) 긴급조치가 위헌임에도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해석론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법령을 대법원이 합헌이라고 헌재와 다르게 판단해서 내린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서 윤모씨와 김모씨 및 또다른 김모씨 등 3인은 1974년께 긴급조치 각 제1호, 제4호, 제9호 위반 혐의로 체포돼 구금됐다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후 2013년 국가들 상대로 긴급조치 위반 수사 과정에서 겪은 불법수사를 문제삼아 손배해상소소을 제기했다. 하지만 상고심을 거쳐 패소가 확정된 후 2016년 1월 이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헌재는 이와 함께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판결을 받은 긴급조치 피해자 김모씨와 송모씨가 낸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국가채무의 시효가 완성됐다고 본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취소)도 부적합다고 각하했다. 헌재가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판결을 받은 자들의 손해배상청구와 관련한 소멸시효나 그 중단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한 바가 없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이 될 수 있는 법원 판결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마찬가지로 긴급조치 피해자로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후 형사보상금을 받은 백모씨 및 그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지연손해금(이자)의 기산일(일정 기간 날수를 계산할 때 첫날로 잡는 날)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본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도 각하했다. 헌재가 필요한 경우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정하는 판단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에 대해서도 위헌으로 결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헌재는 각 사건에서 법원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대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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