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9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기소독제 ‘하이크로정’이 유통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로 둔갑해 대학병원에서 4년 넘게 사용됐다며 관계 당국에 추가적인 피해 사례 파악과 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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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는 지난 1월 400병상 이상 규모인 한 대학병원 조사에서 이 병원의 감염관리 지침서 등 문건을 입수했다. 사참위는 이 문서에서 해당 병원이 식기소독제 하이크로정을 총 3만7400정 구매해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 하이크로정의 주성분은 ‘이염화이소시아눌산나트륨(NaDCC)’으로, 반복 흡입 노출 시 폐에 독성 변화를 일으키는 유독물질이다.
사참위에 따르면 한 도매업체가 이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대학병원에 설명서와 임상자료를 제공해 영업했다. 이후 대학업체가 해당 제품을 주문했고 업체는 공식 납품업체를 통해 제품을 납품했다.
문제는 이 도매업체가 작성한 하이크로정 설명서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데 있다. 사참위에 따르면 업체는 설명서에 ‘하이크로 발포정은 가습기내 살균, 소독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안전한 제품’이라고 명시했다.
해당 업체는 “당시 NaDCC를 주성분으로 한 제품들이 가습기살균제로 많이 팔리고 있어 똑같이 가습기살균제 용도로 바꿔 팔면 수입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해 제품 설명서를 임의로 작성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중이용시설 전수조사 필요…관계 당국 대책 마련 촉구”
해당 병원은 하이크로정을 가습기살균제로 보고 항생제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친 뒤 ‘감염병관리지침서’ 내 사용지침을 마련해 사용하도록 했다.
병원 측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 관련 정부의 역학조사가 시작되자 제품 사용을 중단했다.
사참위 관계자는 “해당 사례는 가습기살균제 사용이 병원 자체 지침으로 확인된 첫 사례”라며 “병원뿐 아니라 산후조리원, 유치원, 요양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이런 유독물질이 사용됐는지에 대한 감염관리지침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참위 관계자는 또 “정부 당국은 용도를 변경해 유독물질을 사용하고 있는 추가 사례가 있는지 행정관리감독을 실시하고, 해당 제품으로 인한 피해실태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