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총선백서TF는 한달 전인 지난달 22일 300페이지 분량의 총선백서 최종본을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총선백서는 최고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최고위원들의 공람절차를 거쳐야 공개될 수 있다. 하지만 23일 최고위 비공개회의에서도 총선백서 관련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백서 관련 안건을 다음 최고위에 논의하자는 이야기도 없었다”고 전했다. 총선 종료 5달이 넘었으나, 이달 내 공개도 불투명한 셈이다.
여당이 22대 총선보다 더 참패한 21대 총선 백서도 총선 종료 4개월 뒤인 2020년 8월 중순 공개된 점을 돌이켜보면 더 이해하기 어렵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비례 포함 103석을 얻는데 그쳐 22대 총선(108석)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았다. TF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선거가 끝나면 항상 백서를 제작해왔고, 통상 최종본이 제출되는 즉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4·10 총선 참패 원인 분석 및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제작한 백서는 △공천평가 △공약평가 △조직평가 △홍보평가 △전략평가 △여의도연구원 평가 △당정관계 및 현안평가 등 7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특히 대통령실의 민생토론회를 통한 당무개입 의혹, 선거 막판 ‘황상무·이종섭 리스크’ 영향, 이조(이재명·조국)심판을 내세운 한 대표의 선거캠페인 평가 및 비례대표 사천 의혹 등이 총선 패배에 미친 영향이 수치화 돼 담긴다.
이에 따라 백서에는 대통령실 평가와 함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여당 총선을 진두지휘한 한 대표에 대한 비판·지적이 주요하게 담길 수밖에 없다. 아직 당 장악력이 부족한 한동훈 지도부가 총선백서 공개를 주저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총선백서 TF에 참여했던 이상규 국민의힘 성북구을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제출된 총선백서가 아직도 최고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 대표가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고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총선백서 비공개가 더 비판받는 이유는 최근 당 지지율 하락이 심상찮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28%로 추락했다. 이는 한 대표가 당선된 7월4주차 당 지지율(35%) 대비 두달 새 7%포인트(p)나 추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총선백서 TF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데 한 대표가 당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까지 모색해본 총선백서를 공개·참고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공정(주)’이 데일리안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대표 호감도 역시 20.9%(9월10일 조사일)로 당 대표 선출 직후인 29.5%(7월30일) 대비 8%p이상 추락했다.
|
아울러 한 대표가 당 사무처 및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조직진단을 위해 외부 컨설팅 업체에 용역을 의뢰한 것도 총선백서 공개 지연과 겹치면서 비판 대상이 됐다. 이미 만든 총선백서는 참고하지 않고 정당을 진단한 적 없는 외주 컨설팅 업체에 의지한단 지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만약 총선백서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무산 등 한 대표가 더 나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공개되면, 한 대표에게 더욱 치명적”이라며 “지금도 늦었으나 한 대표가 총선백서를 즉시 공개하는 등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