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4분기 이익이 39억달러(약 4조 65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1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주당 10.81달러 흑자다. 하지만 이는 전문가들 전망치인 41억달러, 주당 11.70달러에 한참 부족한 규모다.
매출은 투자은행(IB) 및 자산관리 부문 실적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126억 4000만달러(약 15조 656억원)를 기록,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투자은행과 트레이딩 부문에서 나왔다. 가장 크게 기여한 투자은행 부문의 수익은 1년 전보다 58% 급증했다.
그럼에도 전체 분기 이익이 뒷걸음질치게 된 것은 직원 급여를 33% 인상하면서 관련 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설명했다. 또 올해 44억달러(약 5조 2400억원)의 특별 보너스를 추가 지급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WSJ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1년차 직원의 기본 급여가 기존 8만 5000달러(약 1억 130만원)에서 11만달러(약 1억 3100만원)로 30% 가량 인상됐다고 부연했다.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가 지난주 약 400명의 임원들에게 일회성 특별 보너스를 지급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직원들의 보상 및 복리후생에 쓴 전체 비용이 177억달러(약 21조 896억원)로, 4만 3900명의 직원 한 명당 평균 약 40만 4000달러(약 4억 8100만원)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대규모 인건비 지출에 대해 “경제 곳곳에 실질 임금 인플레이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데니스 콜먼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경쟁이 치열한 고용 환경에서 최고의 인재에게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어닝서프라이즈 기대가 커지면서 지난해 골드만삭스 주가는 45% 급등해 다우지수에서 홈디포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예상 외 어닝쇼크로 골드만삭스 주가는 7% 가까이 하락했다.
|
지난 14일 실적을 발표한 JP모건체이스도 급여·보너스 지출이 급증하며 예상보다 적은 순이익을 공개했다. JP모건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104억달러(약 12조 4000억원), 주당 3.33달러로 전문가 예상치인 3.01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전년 동기 121억 4000만달러, 주당 3.79달러와 비교하면 14%가량 감소한 것이다.
JP모건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보상 비용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에도 동일한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소식통은 WSJ에 JP모건이 이번 주 직원들에게 1년 전보다 30~40% 더 많은 보너스를 지급했다고 전했다.
JP모건과 같은 날 실적을 공개한 웰스파고는 작년 4분기 순이익이 57억 5000만달러(약 6조 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6% 급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부실 채권 발생에 대비해 적립한 대손충당금 중 8억 7500만달러가 지난 분기 이익으로 환입된 영향이다.
웰스파고 역시 직원들의 임금 인상이 부담이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마이크 산토마시모 CFO는 “임금 인플레이션이 정상적인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 상승 외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면서 기술 부문 직원 채용을 확대한 것 역시 은행들의 지출이 증가한 원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실적 발표 이후 임금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며 이날 JP모건 주가도 4.19% 급락했다. 웰스파고와 씨티그룹도 각각 2.36%, 2.43% 동반하락했다. 컨설팅업체 오피마스의 옥타비오 마렌치 CEO는 “임금 인플레이션이 은행 업종에 심각한 타격을 미치고 있음을 대대적으로 환기시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