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700만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는 지난 3월 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마다가스카르의 검사능력 밖으로 늘어나 버렸고, 그러다보니 기하급수적으로 환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환자가 10명만 넘어도 의료인력과 자원이 역부족인 상황에 처할 정도로 의료시설이 부족한 마다가스카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역은 신속한 검진과 환자 격리뿐이었다.
◇진단키트 구했지만 검체 감별 못해…음압기, 염색기 등 실험실 구축 지원
후원자들과 한국 정부 등의 도움으로 주마다가스카르 한국대사관(대사 임상우)은 1만 5천명 분의 진단키트를 확보했다. 그런데 진단키트는 총알에 불과할 뿐 마다가스카르에는 총이 없었다. 진단키트만 있다고 환자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피펫을 비롯해 하나에서 열까지 실험실 도구조차 턱없이 부족해 검체 채취를 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감염병 전문가도, 진단·병리 전문가도 없어서 어떤 실험 도구가 필요한지, 어떻게 구입해야하는지도 막막한 상황이었다.
이에 임 대사는 2005년부터 마다가스카르 현지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 이재훈 선교사(고려의대 51회)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 선교사가 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김 교수는 실험 도구 구축을 위한 정보지원과 함께 안전한 코로나 검사를 위해 꼭 필요한 음압기 2대를 부인인 주영숙 여사(고려의대 38회)와 함께 구입해 기부했다. 그제 서야 마다가스카르는 코로나19 환자 검사를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실험실을 구축할 수 있었고, 6월 10일 현재까지 약 1만 2천 건의 검사를 시행해 1,162명의 확진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마다가스카르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한승규 고려대 구로병원장이 병리조직 및 세포 자동염색기와 자동봉입기를 보내 열악한 의료 환경을 보완할 수 있는 실험실 구축에 힘을 보탰다.
◇2016년부 병리의사 초청 교육 진행
사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의 마다가스카스에 대한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3명의 마다가스카르 병리의사를 한국에 초청해 훈련시켰다. 이때 훈련받은 병리의사들은 병리분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마다가스카르의 의학발전을 이끌어 가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상우 주마다가스카르 대사는 한승규 병원장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고려대 구로병원 덕분에 마다가스카르의 열악한 의료환경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머나먼 마다가스카르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승규 병원장은 “작은 도움이었는데 감사의 서신까지 보내 주시니 가슴이 벅차 올랐다”며 “전 세계가 합심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마다가스카르의 의료발전을 위해 힘 닿는 데 까지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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