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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달 5월 견디려고 매년 적금들어요”[그래서 어쩌라고]

전재욱 기자I 2023.05.03 14:17:26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에 결혼 시즌 겹치는 5월
지출 늘어나는데 4월 건보료 추가납입까지 부담
가처분소득 평소보다 줄어드니.."아예 1년짜리 적금가입"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결혼 2년 차의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1년짜리 적금을 깼다. 어린이날 조카에게, 어버이날 부모님과 장인·장모님에게 줄 용돈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작년에 해보니 올해도 부담되겠다 싶어서 5월 만기가 되는 적금에 매달 10만 원씩 적립해둔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가정의 달’ 5월은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달’일 수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본격적인 결혼 시즌까지 겹치면서 돈 나가는 날이 많다. 여기에 스승의 날도 버티고 있다. 버는 돈이 한정된 직장인이 4월 건보료 폭탄까지 맞았다면, 실소득은 더 줄어들게 된다.

3일 롯데멤버스가 20~60대 직장인 1000명에게 ‘어버이날 선물 계획’을 물어본 결과를 보면, 열에 여섯(62.2%)은 용돈을 주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액수는 50만 원 이상(27.3%)을 계획하는 이들이 가장 많았고 20만~30만 원(27%)이 뒤를 이었다. 용돈 평균은 34만 원이었다. 대한민국 임금소득자의 평균 월급 327만 원(2021년 명목 임금 기준)에서 10.3%에 해당한다.

어린이날까지 챙겨야 한다면 월급은 평소보다 더 초라해진다. 롯데멤버스가 지난달 같은 대상에게 ‘어린이날 선물 계획’을 물어보니 20·30대는 조카·사촌에게, 40·50대는 자녀에게, 60대는 손자에게 선물을 준비하는 이들이 26~48%였다. 선물에 드는 예산은 평균 12만4800원이었다.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용돈 평균 합계(46만4800원)는 평균 월급 대비 14.2%에 해당하는 액수다.

여기에 스승의 날도 복병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의미가 퇴색했지만, 스승과 제자 간에 정을 나누는 데에도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혼식 축의금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에 가깝다. 5월은 예식업계가 연중 제일로 치는 성수기이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도 예식장이 붐비는 시기. 뉴스레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닉이 3196명을 대상으로 ‘축의금 적정 수준’을 물었더니, 60%(1933명)는 5만 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밥까지 먹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10만 원이 적정 수준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1.5%(687명)로 뒤를 이었다. 이들은 축의금 5만 원은 결혼식 식대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어서 부족하다고 여겼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이번 달 한 차례 결혼식에 가서 축의금 10만 원을 낸다고 가정하면, 어린이날·어버이날 비용과 더한 액수(56만4800원)는 평균 월급 대비 약 17%에 해당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평균을 얘기하는 것이다. 비용과 소득이 많고 적어서 실제로 체감하는 부담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여기에 아마도 봉급생활자라면 앞선 달(4월) 고난을 겪었을 가능성도 겹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료 정산 대상자 1599만명 가운데 63%(1011만명)는 약 21만 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 분납이 가능하다손 하더라도, 이로써 월 급여는 감소하고 5월에 쓸 가처분소득은 줄어들 여지가 크다.

앞서 A씨는 “이번에 적금을 해지하고서 같은 액수로 내년 5월이 만기인 적금을 동시에 가입했다”며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같은 상품을 드는 이들이 주변에 여럿”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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