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병합' 찬반투표 27일 종료…푸틴 30일 영토편입 공표 가능성

방성훈 기자I 2022.09.27 15:39:54

러시아도 미국도…"투표 끝나면 발빠르게 움직일 것"
"크림반도도 1주일만에"…"러, 신속한 강제병합 시도 예상
美, 신규 대러 제재 예고…"어떤 결과든 절대 인정 못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영토 병합 찬반 주민투표가 27일(현지시간) 종료된다. 러시아는 투표 결과를 토대로 이들 지역에 대한 강제 병합을 시도할 전망이다.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30일 직접 공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방 국가들은 “영토를 탈취하기 위한 구실일 뿐인 가짜 투표”라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진=AFP)


26일 CNN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3일부터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4개 지역에서 러시아 영토로의 병합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총 면적은 9만㎢ 이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에 달한다. 헝가리(9만 3030㎢)나 포르투갈(9만 2230㎢)과 맞먹는 규모다. 투표는 닷새 동안 진행돼 27일 종료된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이날 자포리자의 투표율이 50%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총을 든 러시아군의 감시 아래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현지 주민들이 사실상 찬성표를 던질 것을 강요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파병 후 실효지배한 뒤 주민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러시아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와 유사하다. 당시 투표에선 병합 찬성 97%라는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러시아 인권단체에 유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투표에 참여한 주민은 약 30%에 불과했으며, 이 중 절반 가량만이 병합을 지지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하루 만에 합병조약을 체결, 국제사회에 영토 귀속을 공표했다. 이후 사흘 뒤인 21일에는 러시아 의회 비준 및 병합문서 최종 서명까지 마무리됐다. 불과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미 정부 관리들은 러시아가 이번에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투표 결과 및 러시아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미 정부 관계자는 CNN에 “러시아는 투표 종료 이후 수일 내에 4개 지역 병합을 위해 움직일 것”이라며 “이 경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미국 측의 신속한 움직임이 촉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스통신도 이르면 오는 29일 러시아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통합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이 오는 30일 예정된 의회 연설에서 직접 공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영토 병합 절차를 끝낸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외교적 협상의 여지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은 크림반도와 같은 강제·불법 병합이 재연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3일 성명에서 “가짜 주민투표”라며 “우크라이나 영토가 러시아에 병합되는 일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맹·파트너 국가들과 스위프트(국제결제망) 차단 등 추가 제재를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