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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일 외교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중국을 통해 북·일 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북한이 납북자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굴면서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총리관저는 FT 보도에 입장을 밝히길 거부했다.
지난달 일본 노토반도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북한은 김 위원장 명의로 위로 전문을 보냈다. 이를 계기로 북·일 간엔 따뜻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주 중의원에 출석해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며 “한순간도 지체하지 말고 지금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지지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는 납북자 문제를 해결에 정치적 탈출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납북 일본인 5명의 일시 귀국을 성사시켰을 땐 고이즈미 내각의 지지율이 20%포인트 넘게 올랐다. 정치 평론가 혼다 마사토시는 “납북자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외교 카드는 북·일 관계다”고 말했다.
일본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미국에도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말했다. 다만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한국과 의제를 사전논의 한다면 북·일 고위급 대화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도 북한과 한국·미국 간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북·일 고위급 접촉이 유용할 수 있다면서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모든 유인책을 일본이 사전에 미국·한국과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FT는 북한이 한·미·일 군사 협력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북·일 정상회담을 악용할 것을 일본 정부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납북 일본인 문제가 진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북한은 일본이 북한과 뒷거래를 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두려움을 일으켜 일본과 한국 사이를 벌어지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