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 3일 호르무즈에 ‘파병 가닥’이라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관련된 사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의 조속한 회복과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실질적 기여 방안에 대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논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파병 방침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지난 1일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자유를 위한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에 대해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해상초계기와 해군 특수전전단 소속 폭발물처리반(EOD), 군수지원함 등이 후보 전력으로 거론된다. 일부 보도는 군 관계자를 인용해 기항지와 작전기지 사용 문제까지 관련국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방부나 청와대가 파견 전력과 규모를 공식 확인한 것은 아니다.
해상초계기가 투입되면 호르무즈 해협과 주변 해역에서 수상함·잠수함을 감시하고 선박 통항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EOD는 기뢰 등 수중 폭발물 탐지·처리를 지원하고, 군수지원함은 다국적군 함정에 유류와 물자 등을 공급하는 임무가 예상된다. 공세적 타격보다는 감시·정찰과 폭발물 대응, 후방지원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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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호르무즈 문제를 한반도 안보 현안과 직접 연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한국이 이란 관련 지원 요청을 사양했다고 주장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이튿날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실제보다 부풀려 언급하며 “미군이 한국을 지키는데 왜 한국은 이란에서 미국을 돕지 않느냐”는 취지로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달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한국을 돕고 있지만 우리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거절했다”며 “이를 기억하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이에 청와대가 바로 다음 날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압박이 정부 검토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정부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새로 검토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관련 논의를 계속해 왔다는 입장이다.
실제 파병까지는 넘어야 할 절차와 쟁점이 적지 않다. 헌법 제60조 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 역시 기존 청해부대를 파견 동의안에 명시된 해역 밖에서 다국적 작전에 투입하려면 별도의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감시·정찰과 군수지원 중심으로 임무를 제한하더라도 작전구역과 교전수칙, 자위권 행사 범위, 이란과의 외교관계, 장병 안전 대책을 먼저 확정해야 한다. 파병 전력과 규모뿐 아니라 미국 주도 작전에 참여할지, 유럽 또는 다국적 해양안보체계에 합류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의 해상교통로와 에너지 안보에 직결되는 만큼 미국의 요구에 끌려가는 파병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무호 피격 당시 국민과 선박 보호를 명분으로 제한적인 기여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면 직접적인 교전 개입 위험은 낮추면서도 동맹에 기여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낼 수 있었다”면서 “현재 거론되는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역시 직접 전투보다는 연대와 참여의 의미가 큰 만큼, 정부가 우리 국익에 맞게 임무와 범위를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