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대여해 수익사업 운영한 보훈단체…法 "사업승인 취소 적법"

하상렬 기자I 2022.12.12 17:02:17

4·19민주혁명회, 농축수산물 판매·가공업 등 사업 위탁
전임 회장은 1억6000만원 배임 혐의로 유죄 확정
보훈처 운영구조 개선 요구 수용하지 않아 사업승인 취소
행정소송 제기했지만…1·2심 모두 패소 뒤 판결 확정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보훈단체가 수의계약 권한을 남용해 민간 사업자에게 명의만 대여하는 등 불법 운영을 해오다 국가보훈처로부터 사업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다. 단체는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연달아 패소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사진=이데일리DB)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배준현 이은혜 배정현 부장판사)는 4·19민주혁명회(이하 혁명회)가 국가보훈처장을 상대로 낸 수입사업승인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달 원고 패소 판결했다.

혁명회 전임 회장 A씨는 2018년 업무상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국가유공자단체법에 따라 보훈단체는 지방자치단체 등과 수의계약을 통해 수익사업을 하는 경우 그 사업을 제3자에게 위탁·양도할 수 없음에도, A씨는 사적으로 사업권을 유용해 총 1억6000만원 상당을 챙겼다.

보훈처는 형사사건 확정 이후인 2020년 9월 혁명회에 대한 현장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혁명회가 농축수산물 판매·가공업 등 사업을 직접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고, 수익사업 취소 처분에 대한 청문이 실행됐다. 보훈처는 공개입찰에 의한 협력업체 선정을 포함한 사업 운영구조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혁명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사업승인 취소 처분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이에 혁명회 측은 이듬해 보훈처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혁명회 측은 처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 전횡을 알게 된 후 사업의 구조와 운영방식을 새롭게 바꾸는 등 운영구조가 완전히 달라졌으므로 처분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혁명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적법한 처분이었다는 것.

1심 재판부는 “원고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이 상부상조해 자활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서, 관계 법령에 근거해 각종 국가적 지원을 받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볼 때, 법령이 정한 특혜를 위법한 방법으로 누릴 수 있게 한 것은 법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무겁게 다뤄져야 함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는 제3자에게 수익사업을 위탁하고 수익 중 일부를 받는 형태로 수익사업을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국가적 지원으로 원고에게 부여된 수익사업을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운영하도록 하게 한 것으로 경제적 질서도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국가유공자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로서 비난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고가 처분에 앞서 사전통지 및 청문 절차를 적법하게 이행하는 등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사업의 자금 집행, 거래 과정에서의 각종 비용 부담 등 원고의 구체적인 관여 아래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처분사유가 존재한다.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달성하고자 하는 국가적 지원 사업의 건전한 운영이라는 공익이 원고에게 수익사업을 유지시키는 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혁명회 측 항소로 항소심까지 법적 분쟁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이 원심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를 면밀히 검토해 보더라도 원심 판단을 뒤집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판결은 혁명회 측이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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