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완월동은 현재 부산 서구 충무·초장동 지역에 해당하는 곳으로, 최근 이 지역에는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재개발 계획이 승인돼 성매매 집결지 폐쇄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13일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은 20년간 완월동에서 머물러야 했던 40대 여성 A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A씨는 “제 이름 OOO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습니다. 어릴 적에 집을 나왔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공장에서 친구를 만나 다방에서 일하게 됐는데, 일을 하며 빚더미에 앉게 됐다. 이후 다방 주인의 소개로 부산 완월동으로 보내졌고 그때부터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삶을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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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주들의 감시를 받으며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목욕탕에 다녀올 때도 ‘이모’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20년 넘게 일한 ‘완월동’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A씨가 당뇨 합병증을 얻어 몸이 아프기 때문이었다.
A씨는 “당뇨병을 얻었고, 온몸에 합병증이 왔다”며 “업주가 나가라고 했고 몸이 많이 안 좋아 더 이상 (다른) 일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지 3년이 됐다”며 “저는 돌아갈 곳이 없다. 간절하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성매매 여성의 사연도 A씨와 비슷했다. 미성년자 때 가출해 완월동에 발을 들였다는 B씨는 자신도 모르는 빚이 생기고 이를 갚으려고 했지만 빚이 줄지 않는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B씨는 “18세 때 고액 알바를 소개받아 가라오케에서 일하게 됐는데 저도 모르는 다양한 명목의 빚이 생겼고, 그렇게 미성년자 신분으로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게 됐다”며 “너무 힘들어 빠져나오려 할수록 더 많은 빚과 이자가 생겼고, 소개소에 의해 여기저기 업소를 옮겨 다니며 수많은 세월을 날려 버렸다”고 토로했다.
B씨는 “처음 완월동을 나왔을 때, 미성년자때부터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했기에 사회 경험은커녕 아는 것도, 아는 사람도 없었다”며 “완월동에 있는 여성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여성단체도 “완월동에서 빠져나온 이 여성들을 위한 기본적인 주거, 생계 지원이 필요하다”며 “여러 단체에서 완월동에서 구조된 여성들을 위한 직업훈련, 의료지원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완월동에는 현재 20여 개 성매매 업소에 60여 명의 여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부산시는 완월동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립·자활을 돕는 명목으로 내년 예산안에 3억 5000여만 원을 편성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