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은 살인 교사 혐의로 김모(55)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이모(당시 45) 변호사 살해를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이 변호사 피살 사건은 제주의 대표적인 미제사건 중 하나로 남아 있었으나, 김씨가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을 통해 살인을 교사했다고 자백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이목을 모았다.
제주지역 조직폭력배인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 김씨는 지난해 6월 2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1999년 10월 당시 조직 두목인 백모 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았고, 동갑내기 손모 씨를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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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그는 뒤늦게 진실을 고백하는 이유에 대해 “죄책감 때문이다. 남을 해하는 행위를 하고 죄책갬을 안 갖는 건 인간이 아니다”며 “(변호사를 살인한)그는 2014년 내가 마카오에 있을 때 제주도에서 자살했다. 그 친구도 힘들어하다가 자살했다. 더 늦기 전에 유족에게도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표창원 전 의원은 그의 제보를 두고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거나 꾸며내서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한편 경찰은 당초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밝혔지만, 김씨가 2014년 공소시효 만료 이전에 수십 차례 해외를 드나들어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253조는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동안 공소시효를 정지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 김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했다. 김씨는 캄보디아에 체류하다가 지난 6월 23일 불법체류 혐의로 현지에서 검거됐으며 지난 5일 추방이 결정돼 18일 국내로 강제 송환돼 제주로 압송됐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제주 출신인 이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찰에 입문했다. 사법연수원 14기로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홍준표 국회의원 등과 동기다.
이 변호사는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하다 1992년 고향인 제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지만, 제주에 내려온 지 7년 만에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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