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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백신 생산시설의 80%는 유럽, 11%는 북미에 있다. 그러나 코로나 발발 후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 생산시설 확충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중에서도 한국이 주목받는 상황이다. 모더나, 노바백스 등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위탁생산을 맡기면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선진기술과 한국의 생산역량을 결합해 ‘백신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합의가 나온 것도 한몫했다.
이에 한국 백신 위탁생산(CMO) 회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도 그 중 하나다. 한미약품은 그 동안 백신과 이렇다 할 접점을 보이지 않았지만 최근 달라졌다. 지난달 진원생명과학과 mRNA 백신 대규모 생산기반 및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 계약, 제넥신과 DNA 기반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국회 개최 공청회에서 백신업계를 대변해 주제발표를 하고 현재 국립보건연구원과 바이오사가 논의 중인 ‘백신 자국화 프로젝트’의 주축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한미약품의 이러한 활동 근거는 평택에 있는 바이오플랜트다. 연면적 2만8211㎡인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는 대장균 등 미생물 배양·정제시설부터 주사제 완제품 생산을 위한 충진시설이 있다. 이 ‘미생물 배양시설’이 회사가 꼽는 강점이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DNA·RNA 등 핵산이 기반인 유전자 백신은 동물세포보다 미생물 배양 방식이 생산속도가 10배 빠르고 효율성과 편리성이 높아 낫다. 그러나 기존 바이오의약품 CMO사들은 항체 원료의약품 생산이 주목적이어서 동물세포 기반의 배양시설을 갖췄다는 전언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동물세포 기반은 세포 배양에만 한 달 내외 기간이 소요되고 재조합이 어려우며 생산수율도 낮다”면서 “유전자 백신의 원료의약품인 핵산을 단기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는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라고 강조했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도 DNA 백신 연 1억회, RNA(mRNA) 백신 연 10억회 접종분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점은 한미약품에 긍정적이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GCT 위탁생산(CMO) 규모는 작년 말 약 50억달러(5조5000억원)로 단일항체의 3% 수준이지만 곧 가파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털란트, 론자 등 글로벌사들이 3~4년 전부터 GCT CMO 시설을 준비한 점, 코로나 백신으로 대량 생산이 필요해진 점이 이러한 전망의 배경이다. SK도 지난 3월 프랑스 GCT CMO 업체 이포스케시를 인수한 후 지난 14일 제2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최근 mRNA 백신 원료의약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쟁이 많지 않을 상황이어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바이오플랜트도 사노피와 기술수출 과정에서 설립된 만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 시설, 다큐멘테이션을 갖췄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해 추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바이오사 연구소장도 “LNP(mRNA를 감싸 세포 안으로 전달) 공정을 확보했고 더 확보할 여력이 있다고 한다”며 “생산공정을 받아 스케일업하고 LNP 공정을 거치면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신 무경험은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바이오사 관계자는 “현재 한미약품이 내세우는 생산설비 자체는 돈만 주면 누구나 갖출 수 있는 조건”이라며 “가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로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지를 외부에서 알 수 없다. 설비를 가질 수는 있지만 가동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기술력) 다른 문제”라고 했다. 이어 “한미약품이 백신을 해본 적이 없다보니 경쟁력을 알 수 없다”며 “다만 CMO 기술력은 단기간 내 가질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제약사 관계자도 “한미약품이 독자적으로 백신을 생산할 능력은 없어 보인다”며 “관건은 좋은 협력자를 모을 수 있느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