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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복수의 아랍 및 서방 국가 관리들을 인용해 지난달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사우디가 다양한 외교 수단을 통해 이란에 접근, 경제 투자를 전제로 가자지구 분쟁을 진정시키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에 경제 지원을 대가로 휴전 등 갈등 해소를 위해 협력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이날도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이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연설하며 가자지구의 영구 휴전을 촉구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들의 국가에 대한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이 지역에 지속적인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요구도 이뤄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 11일 리야드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양국의 경제 협력 확대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최근에도 이란 정부 관계자를 만나 하마스에 대한 지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사우디는 이란에 화해적 제스처를 취하는 동시에 미국과도 지속 협력하고 있다. 이란이 팔레스타인,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지의 무장단체들을 포괄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을 강화하려고 가자지구 분쟁을 무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앞서 바버라 리프 미 국무부 차관도 이란 개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우디 및 아랍 동맹국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에 대한 사우디의 제안에 미국도 관여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란이 사우디의 제안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한편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주장하는 ‘두 국가 해법’에 반대하고 있다. 또 중동 내 주둔하고 있는 모든 미군에 대해서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일시 휴전이 끝나면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예고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쟁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국장은 “전쟁으로 가자지구 전 지역이 불타거나 이란이 사우디의 서방 동맹국들과 서로 칼을 겨눈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면, 이란과 사우디가 (중동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날 일시 휴전을 추가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가자지구 휴전 기간은 7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