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어느새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을 지나 봄에 가까워졌다. 완연한 봄날씨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15도 가량에 이르는 극심한 일교차로 인해 출근길 옷차림을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날씨 일수록 감기에 걸리기 쉬운 만큼, 건강관리에 주의를 요한다.
일반적으로 감기라 불리는 상기도감염은 누구나 1년에 한번쯤은 걸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최근 20년간의 우리나라 외래환자 질환 중 호흡기계통의 질환이 상위를 점유하고 있을 만큼 흔하고 가깝게 느끼는 질환 중 하나이다.
생활에 밀접해 있는 만큼, ‘사우나를 하면 증상완화에 좋다’. ‘비타민C를 고용량 복용하면 효과적이다’ 등 다양한 민간요법이 많다, 이러한 방법들은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낭설에 불과한 것일까? 감기에 대한 오해와 속설, 그리고 궁금증을 중앙대학교광명병원 가정의학과 오윤환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 사우나를 하면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사람의 몸은 체온이 올라가면 자체적으로 땀을 배출해 체온을 조절한다. 그러나 감기에 걸렸을 경우에는 이러한 체온 조절기능에 문제가 생겨 땀이 나지 않아 체온이 자연스럽게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일부러 땀을 내기위해 사우나나 찜질방을 찾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자연스럽게 발한작용을 하는데, 사우나나 찜질방에 너무 오래 있으면 발한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체온이 올라 증상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 감기는 추우면 걸린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추우면 감기가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감기와 외부의 온도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남극과 북극 같은 극지방에서는 감기에 걸리는 일이 드물다. 감기 바이러스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추울 때 감기가 유행하는 것은 온도보다는 건조한 공기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 건조한 공기 때문에 호흡기도의 점막이 건조해져 몸의 저항력이 약해진다. 또한 실내 공기가 건조할수록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저지하는 점막의 역할이 약해져 감기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좋다.
◇ 여름감기는 개도 안걸린다?
‘오뉴월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날씨가 더워 좀처럼 감기가 잘 걸리지 않는 상황에도 감기에 걸리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나, 현대에서는 오뉴월(여름)에는 감기가 흔하지 않다는 뜻으로 사용하곤 한다.
실제로 여름철은 겨울이나 환절기 보다 습도가 높아 감기 바이러스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또한 외부 활동이 많아져 사람들과의 밀접한 접촉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탓에 상대적으로 환자수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실내에서 장시간 에어컨, 선풍기를 사용하면 주변 환경과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감기에 대한 방어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급격한 온도차이 역시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능력을 떨어트리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실내외 온도 차이가 5도 이상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 감기에 항생제가 효과적이다?
최근에서야 인식이 달라졌지만, 항생제는 평소에 너무 쉽게 접하고 흔히들 복용해왔기 때문에 큰 거부감이 없다. 몇몇 환자들은 항생제를 복용해야만 병세가 더 호전된다고 믿고 있으며, 심하게는 주사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항생제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감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감염의 원인으로는 바이러스·세균·진균·결핵균 등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균들은 치료방법과 사용하는 약물이 각각 다르다. 항생제는 다양한 원인균 중 ‘세균’에 대한 치료제이다. 그렇기에 ‘바이러스’가 주 원인인 감기에 대해서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 고춧가루를 탄 소주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감기에 좋다?
소량의 알코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일시적으로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게끔 한다. 한 방송사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감기 환자가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었을 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개인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한, 두 잔 정도를 마셨을 때는 감기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알코올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이다. 근본적인 원인제거에는 효과가 없다.
또한 일반적으로 알코올은 두통과 몸살, 메스꺼움, 구토, 복통과 같은 증상들을 유발할 수 있고 무엇보다 탈수를 유발할 수 있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감기에 걸렸을 때 복용하는 약제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심각한 위험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타이레놀로 알려져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재이다. 알코올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 심각한 간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 비타민C를 고용량 복용하면 감기에 좋다?
비타민C가 감기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1970년 미국 화학자 리누스 폴링이 고용량의 비타민 C가 감기에 효과적이라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비타민C를 초고용량으로 복용하면 감기가 빨리 낫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를 주장하는 연구도 다양하다. 29개 연구의 1만1,077명을 포함한 2004년 메타분석에서는 비타민 C는 일반인에서 감기 예방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논쟁은 아직까지도 진행중이다. 비타민C가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산화스트레스를 줄여주지만, 고용량복용시 메스꺼움과 복부팽만이 나타날 수 있고 신장결석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고용량의 비타민C 섭취는 주의하는 것이 좋다.
◇ ‘독감’은 독한 감기의 줄임 말이다?
독감을 독한 감기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독감과 감기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발병원인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환이다. 그러나 감기는 주 원인인 리노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 등 약 200여가지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걸린다.
◇ 독감예방주사를 맞으면 감기 걱정이 없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감기에 걸렸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감기가 걸리지 않거나, 덜 걸리거나, 약하게 걸리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독감과 감기는 다른 질병이다. 따라서 독감예방주사는 해당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목적이지 다른 일반적인 감기를 예방하기 위함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오윤환 교수는 “감기에 관해서 다양한 속설과 민간요법이 많다”며 “어떤 방법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낭설에 가까우며, 효과가 있다 한들 단순한 증상완화의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감기는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니 증세가 심할 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