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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관계로 지내다 헤어진 A씨와 B씨는 2023년 2월께 다시 만남을 이어갔다. 같은 달 B씨는 A씨 집에서 함께 잠을 자던 중 A씨 몰래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해 살펴봤고, 그가 직장 동료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게됐다.
B씨는 A씨의 메신저 대화내용 수십 장을 캡처했다. 이후 A씨 직장동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 3곳에 공유했다. 해당 채팅방에는 총 500여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특히 이날은 A씨가 바람을 피운 직장 동료의 결혼식 다음 날이었다.
A씨는 B씨를 고소했다. B씨의 유포 3일 뒤 A씨는 세상을 떠났다.
해당 사건으로 B씨는 형사 재판에 넘겨졌고 명예훼손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판결이 지난 2024년 9월, 그대로 확정됐다.
형사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매우 큰 정신적 충격을 줬고 사생활을 수백 명에게 공개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망법은 상대를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드러내 여러 사람 앞에서 명예를 훼손하면, 그 내용이 진실이라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이른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도, 사생활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수가 보는 공간에 퍼뜨린 이상 명예훼손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형사재판부가 “사생활을 수백 명에게 공개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 몰래 휴대전화를 열람해 대화를 빼낸 행위 자체도 별도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될 수 있다.
형사 재판과 민사 재판의 결론이 갈린 지점은 인과관계다.
민사 재판부는 B씨의 폭로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과, 그 폭로가 A씨의 사망까지 초래했다는 것을 별개 문제로 봤다.
재판부는 “극단적 선택은 앞으로의 삶이 무의미해졌거나 불행이나 고통만 기다리고 있다는 절망에 빠졌을 때 최후로 취하는 선택”이라며 “명예훼손 등 불법 행위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은 경험칙상 피해자의 일반적인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이 이전에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없었던 사정을 고려하면 B씨가 망인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사망과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B씨의 불법행위로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과 정도가 매우 무겁다고 보긴 어렵다”며 “유서에 죄책감,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등의 내용을 기재하며 B씨에 대해서도 ‘죄책감 느끼지 말고 살길 바란다’고 기재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B씨가 피해자의 사망을 직접 원인으로 하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망인과 유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보는 건 타당하다”고 판단, 해당 부분에 대한 위자료 1900만 원은 지급하라고 했다.
이번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유족 측 항소로 2심이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