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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 렉스턴 뿐! 신차 없는 쌍용차..르쌍쉐 동맹 해체

유호빈 기자I 2020.03.24 13:02:37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유호빈 기자= 쌍용자동차는 지금 대위기다. 10년 만에 어김 없이 회사의 존망을 가를 위기가 찾아왔다. 절대강자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회사인 르노삼성과 쉐보레는 역대급이라고 평가받는 신차를 최근 출시했다. 쌍용차만 외톨이다. 작년 렉스턴 스포츠 칸, 코란도,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을 모두 출시한 쌍용은 올해 마땅한 신차가 없다.

우리나라 국산차 시장은 현대 기아차의 점유율이 80%가 넘는다. 남은 20%도 채 안 되는 시장을 놓고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 세 개의 브랜드가 사투를 벌인다. 경쟁은 예상보다 치열하지만 소비자들은 '르쌍쉐 동맹'이라고 부르며 약자를 위로한다. 내수 3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쉐보레는 올해 1월 소형 SUV 야심작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며 활기찬 출발을 했다. 카마로가 연상되는 외관에 개과천선한 인테리어까지 갖춰 경쟁사와 엇비슷한 수준까지 상품성을 끌어 올렸다. 더구나 그간 쉐보레에서 보여준 가격 정책이 아닌 소비자를 납득시킬 만한 가격표를 들고 나오며 눈길을 끌었다. 국내 시장 철수 이야기가 쏙 들어갈 정도로 초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올해 신차를 대거 출시한다. 첫 테이프는 부산공장 생산 차량인 XM3로 끊었다. 약 4년만에 내놓는 신차인 XM3는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양산형 쇼카를 등장하면서 기대를 한껏 부풀린 모델이다. 작년 말 출시가 예정됐지만 올해 3월로 미뤄졌다. 르노삼성은 이어 수입차인 소형 SUV 캡처, 소형 전기차 조에, 부분변경 마스터 등을 줄줄이 출시한다.

여러 신차들이 올해 르노삼성을 바쁘게 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8월 삼성과의 계약이 종료되며 앞으로 브랜드 방향성에 대해서도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문제는 쌍용이다. 작년 쉐보레와 르노삼성이 주춤하는 사이 렉스턴 스포츠 칸을 시작으로 코란도, 티볼리 부분변경을 모두 내놓으면서 신차 러시를 강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3000억원 넘게 투자한 신형 코란도는 티볼리와 별다른 디자인 차이점이 없어 '코볼리'라는 혹 속에 외면을 당했다. 옵션이나 편의안전장치 같은 상품성은 대폭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첫인상(외관 디자인)이 도마에 올랐다.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도 그간 문제였던 심장병(엔진 출력 부족)을 개선하며 좋은 평을 받았다. 문제는 트렁크 길이를 늘린 에어 모델을 단종시켰다는 점이다. 티볼리 에어는 소형 SUV의 단점이었던 트렁크 공간 부족을 해결하면서 월 2천대 전후로로 팔릴 만큼 꾸준한 인기를 끈 모델이다.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코란도와 사이즈가 겹친다는 이유로 단종됐다. 이후 경쟁사에서 내놓은 소형 SUV들이 너무나도 강력해 티볼리 역시 예전 같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경영악화로 미니밴인 코란도 투리스모 후속 개발도 중단됐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 들린다. 미니밴, 대형 SUV 시장이 커지면서 꽤 중요한 시장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쌍용차에서 신차 개발은 그림의 떡일 수 있다. 가장 큰 시장인 중형 SUV 라인업도 없다.

풀체인지 모델은 없지만 부분변경 모델은 기대해 볼 만하다. G4 렉스턴 부분변경이다. G4 렉스턴은 2017년 서울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기존 10년 넘게 판매한 사골 렉스턴을 대체한 차량이다. 쏠쏠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던 중 현대 팰리세이드 바람에 기아 부분변경 모하비까지 가세하면서 침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상품성이 뒤진 G4 렉스턴은 할인 이외에는 뚜렷한 세일즈 포인트를 찾기 어렵게 됐다.

G4 렉스턴 부분변경 모델에는 전자식 기어변속기가 채택된다. 현행 모델이 기계식을 사용하면서 큰 공간을 차지해 콘솔 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자식 기어변속기로 변경되면서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코란도에서 보여준 주행보조장치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계는 분명하다. 프레임 바디 SUV라서다. 정통 SUV를 찾는 극소수 소비자에게는 좋은 선택지이지만 승차감과 연비가 떨어지는 단점도 명확하다.

내수에서 해답을 찾기 힘든 쌍용차는 수출을 늘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모기업 마힌드라는 인도의 포드 자동차 공장을 인수하면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포드 판매망을 이용해 쌍용차를 판매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글로벌 경제침체로 이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마힌드라는 한국 정부가 무언가 당근을 주면 '23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러모로 위기인 쌍용이다. 자동차 산업은 신차 한 두개가 패하면 곧바로 위기로 치닫는다. SUV 마니아 층을 확실히 갖고 있는 쌍용차는 이런 위기를 헤쳐 나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강적은 르쌍쉐 동맹이었던 쉐보레와 르노삼성의 이탈이다. 이들이 신차로 무장하면서 쌍용차의 위기는 더 가혹해질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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