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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美국채 투자를?…인플레이션에 변화한 '日사찰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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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I 2026.09.16 09: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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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카이도 공고지, 美국채 등에 투자해 수익률 10%
인플레이션에 '기부금↓건물 보수비용↑' 상황
사찰유지 힘들자 '도덕적 딜레마'에도 투자 나서
블룸버그 "저물가 익숙하던 사찰들, 인플레 압박에 변화"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일본 훗카이도 사찰 ‘공고지’의 5대째 불교 승려인 요네타 코쿄씨는 100년이 넘은 사찰의 보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기부 받은 자산을 직접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국채, 일본 리츠(부동산투자신탁), BYD·현대차 주식 등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투자를 진행, 2년만에 연 수익률이 1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사찰 보수에 필요했던 약 2500만엔(한화 약 2억 2000만원)의 비용 일부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일본 교토의 한 사찰.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김정유 기자)
일본 교토의 한 사찰.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김정유 기자)
16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처럼 투자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일본 불교 승려들이 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건물의 유지·보수 비용은 치솟고 일본내 불교 신도들의 장례 지출 등도 줄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더 이상 신도 기부금에만 의존해 자금을 충당할 수 없자, 투자로 시선을 돌리는 승려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내 불교 신도 수는 지난 20년간 약 14% 줄었다. 이는 사찰 재정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일본내 정토진종 홍원사파가 7000개 사찰을 대상으로 2021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사찰의 50%가량이 연 수입 400만엔(약 3500만원) 미만에 불과했다. 전통적으로 일본 불교는 장례식과 묘지 관리 비용 등으로 재정을 유지해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사찰에 들어오는 돈이 현저히 줄었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에 맞춰 서비스 가격을 올리거나 투자를 통해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은 탐욕과의 단절을 강조하는 불교 교리와 충돌하며 승려들에게 도덕적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 나라현의 사찰인 ‘다안지’도 최근 이자 수익이 높은 외화 표시 보험 상품에 자산의 약 10%를 배분했다. 고노 유쇼 다안지 부주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승려가 이윤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찰이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 사이에서 본질적인 갈등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일본 승려들의 의식 변화는 장기간 저물가에 익숙해져 있던 현지 전통기관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받는 압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내 인플레이션은 수십년간 디플레이션에 맞춰져 있던 사회·금융적 관행을 뒤흔들고 있다. 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정치적 현안으로 떠올라 그의 취임 11개월만에 지지율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카와타 츠요시 SMBC닛코증권 기업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은 “전체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사찰의 서비스 가격) 인상은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조금이라도 수입을 늘리기 위해 가능한 수단을 동반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마이너스 금리 종료 이후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위험을 꺼리는 승려들에게도 투자 기회가 열리는 상황이다. 전국 1만 5000여개 사찰을 관할하는 ‘조동종’도 채권금리를 적극 활용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동종이 8개 계좌를 통해 운용 중인 130억엔 중 약 10%는 만기 보유 목적으로 일본 국채에 투자했고, 2%는 신흥국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채권에 들어가 있다.

훗카이도 공고지도 최근 사찰에서 신도 대상으로 정기적인 투자 세미나를 열고 있다. 향후 사찰을 지탱해줄 자금 지원 네트워크를 투자시장을 통해 구축해나가겠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요네타 승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사찰과 승려가 특권을 누리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며 “사찰이 재정을 어떻게 계획하고 자산을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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